[시론/정운선]돌아와 주어 정말 고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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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선 경북대 교수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경북대 교수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안녕? 선생님은 세월호 사건이 난 다음 날부터 5월 28일까지 너희 학교(단원고)에서 일했단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진도 체육관에서 어른들 사이에 큰소리가 오갈 때 너희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한 사람이란다.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학교로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거야. 혹시 이것 아니? 시험 기간이 다가올 때의 그 불안한 마음 말이야. 막상 시험이 시작되면 시험을 치느라 정신이 없어 좀 불안을 잊어버리지만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오히려 더 불안했던 경험이 있을 거야. 학교로 돌아갈 너희들 마음이 꼭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입원을 하고 있는 동안이나 연수원에서 합숙을 하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고 수업도 했을 터이지만 아마도 학교로 돌아가면 어떨까 많이 걱정하고 불안했을 것이라 생각해. 그런데도 6월 25일 그렇게 교문을 걸어 들어와 준 너희들에게 정말로 박수를 보내고 싶단다. 불안은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이 반 이상 극복한 것이란다.

그리고 등교하기 전에 너희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잘 정리해서 국민에게 알려 준 것, 참 반갑고 대견하더구나. “괜찮으냐고, 힘내라고, 고맙다고,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말아주세요.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시선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주세요”라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너희들의 편지 말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참사를 겪고 나서 다시 삶에 대한 조절력을 갖기 위해서는 너희들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 바라는 점을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또 우리 어른들이 너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려고 노력한다면 너희들도 언젠가는 ‘세상에는 괜찮은 어른들도 많구나. 어른들의 말을 다시 믿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선생님은 믿는단다.

애도반응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단다. 선생님은 이번 참사로 우리 사회가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애도하는데 ‘옳고’ ‘그른’ 방법이란 없고 다만 ‘도움이 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은 있으니 그걸 너희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

마음속 생각들을 학교에 계시는 상담 선생님이나 의사 선생님에게 이야기하거나 친한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 좋아하는 운동이나 활동을 하는 것, 글을 쓰거나 미술작품을 만들거나, 감정을 안에 담고 있기보다는 표현하고 학교생활을 규칙적으로 따라하려고 노력하는 등의 행동들은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거나 게임에 몰두하거나 너무 잠만 잔다든지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대한민국 온 국민이 너희들에게 마음을 보내고 있어. 티 내지 않고 가만히 마음을 보내는 분들이 많을 테니 너무 걱정 말고. 하지만 너희 부모님들은 너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는지 너무 알고 싶어 하시는데 이게 너희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부모님들도 이해해드리렴. 자식을 한번 잃어버릴 뻔한 부모님들 아니냐.

마지막으로 수학여행을 같이 가지 못했던 친구들도 학교에서 너희들을 아주 많이 기다렸단다.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니 혹시나 너희들과 다시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었어. 거듭 말하지만 살아 돌아와 주어 정말 고맙다. 너희 친구들이 지금 곁에 없는 것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란다. 우리가 월드컵에 환호하고 다른 일로 웃는다고 해서 네 친구들의 죽음을 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렴.

부디 아름다운 교정과 교실에서 죄책감 느끼지 말고 마음껏 웃으면서 오늘 하루도 즐겁게 지내기를 바란다. 힘들 땐 도움 구하기를 바라며…. 안녕!

정운선 경북대 교수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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