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위]이어도 고차 방정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 국제법학회 부회장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 국제법학회 부회장
이어도가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이 새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도 포함되면서 3국 간 갈등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한중일 갈등에 미중 경쟁구도까지 겹치면서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원래 이어도는 한중일 관할권이 해양과 상공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만큼 갈등은 예견돼왔다. 이 해역은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이어야 하지만, 중국과의 해양경계획정이 아직 안 돼 관할권 범위가 불분명했다. 또한 일본의 방공식별구역도 이어도 상공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해양관할권 주장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한국의 비행정보구역(FIR)에 속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우리의 항공주권도 행사된다. 우리 항공기가 운항할 경우 중국이나 일본에 통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방공식별구역은 ‘공해상공비행의 자유’와 충돌되므로 국제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를 선포한 국가들이 외국항공기 진입에 사전 통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규범력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50년 12월 행정명령 10197로 이를 최초로 법제화했다. 일본의 경우, 미군정이 시행한 방공식별구역을 1969년부터 항공자위대가 인수하여 관리해왔다. 그 후 일본은 그 범위를 서쪽으로 확장하여 중국과 갈등의 소지를 안게 됐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은 미군이 1951년 3월에 선포한 것을 국방부가 이어받은 것이다. 당시 방공식별구역은 북쪽의 방어를 주로 상정한 것이어서 이어도 주변 상공이 누락돼버렸다. 그 대신 독도의 상공은 이 구역에 들어가 있다.

한국이 이어도에 대한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묵인한 데에는 독도의 현상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일본이 독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조치로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원점부터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즉,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일본의 입장 변경도 협의할 필요가 있다. 합의가 안 되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제한적 특정 공역을 이어도에 잠정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비행정보구역과 방공식별구역을 일치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어도 주변 해역은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획정이 관건이다. 중국은 ‘육지의 자연연장’을 강조하지만, 이는 200해리 밖의 대륙붕 경계획정에 적합한 주장이다. 한중 간의 해역처럼 폭이 400해리가 안 되는 곳은 국제관행에 따라 관련 사정에 의해 ‘잠정 중간선’을 조정하도록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경계획정이 될 때까지 중국어선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한중어업협정의 중간수역을 남쪽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평화적 목적도 대외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접속수역이나 배타적경제수역에서는 정선·수색·나포 등 정상적인 단속조치가 취해지지만, 방공식별구역에서는 긴급발진이나 강제착륙의 유도 또는 요격과 같은 극단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상공에서의 관할권 행사는 그만큼 긴박하다. 궁극적으로 동중국해의 해양경계가 획정되고, 방공식별구역이 조정돼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중일이 함께 협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고, 중복구역 관리를 중국과 일본에 제안할 수도 있다. 한국 주도의 다자간 체제는 강대국들의 대결과 갈등을 예방하고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추구하는 신뢰외교의 정신과도 일치한다. 지금은 현명하고 균형 있는 외교정책이 요구된다.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 국제법학회 부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