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봉환]가격표시제는 전통시장 도약의 발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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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서울 중구 중림동 시장. 내가 1968년 처음 서울에 와서 어머니를 따라다닌 시장이다. 어머니 장바구니 배달이었다. 시대를 지나면서 다니는 시장은 용산 시장, 가락동 시장 등으로 바뀌었다. 이들 시장이 도매시장이든 전통시장이든 우리 가까이에 있으나 소비자로서 사용하는 빈도는 전반적으로 높지 않다.

전국에 1450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전통시장은 도매보다는 소매 기능을 하는 곳이 많다. 유통환경 변화 등에 따라 전통시장의 매출이 정체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시장이 유지되고 발전되면 좋겠지만 지역에 따라, 여건에 따라 부침이 있다.

전통시장도 변화해 왔다. 대부분 아케이드형 지붕이 둘러져 있다. 비가 와도 큰 걱정이 없다. 위생 측면도 개선되고 있다. 수산물과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구역은 아직 개선할 점이 많지만 바닥 시설과 간판 등은 화사해지고 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시장에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편리하고 다양한 유통 경로를 제공해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야 한다. 가격표시제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전통시장의 흥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찜찜해한다.

올해 4월 초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인 속초를 찾아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들렀다. 몇 년 전과는 다른 변화가 있었다. 청년상인들의 ‘청춘월드’가 시장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었다. 닭강정 가게는 완전 기계화되어 현대화되고 있었고, 설악산 단풍빵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예전에는 내방객의 60%가 속초 주민이었지만 지금은 외지 관광객이 80%나 차지한다. 이러한 새로운 기회에 대응하고자 시장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정부는 시장상인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거창한 교육이라기보다 어떤 마음으로 고객을 생각해야 하는지, 시장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신뢰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한다.

전통시장의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다가 3년 전부터 정체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고객을 불러 모으고, 상권을 지켜 나가야 한다. 정부는 귀중한 예산을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투입하고 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시장상인 교육 등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운영할 것이다.

최근 시장을 찾으면 과거보다 발전하고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통시장에 미래를 걸고 뛰어드는 젊은 상인들도 늘고 있다. 기존 상인들과 시너지를 내면서 시장에 새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긍정적 변화의 바람을 타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전통시장에서도 제대로 된 가격표시제를 실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조봉환·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가격표시제#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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