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주호]美 대학 교양교육, 한국과 달리 각 학부가 맡아 자율적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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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조지아대 방문교수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조지아대 방문교수
 미국 대학의 교양교육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필자가 방문교수로 머물고 있는 조지아대(UGA)와 인접한 조지아공과대(GIT)의 교양교육 체계를 사례로 살펴본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학교의 교양교육과정 운영은 비슷하다. 모두 학부 졸업 120학점 기준으로 교양교육을 42학점 정도 요구하고 있다. 교양교육의 핵심 영역으로 5, 6개 하위 영역(영어 글쓰기, 수학적 모델링 및 미적분 등 기초코스, 물리 및 생물을 포함한 자연과학, 수량적 추론, 외국어 인문 예술 등의 영역, 사회과학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핵심 교양교육 영역의 세부 교과들은 교양교육이 추구하는 일반적 역량으로서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 비판적인 사고 능력, 도덕적인 추론 능력 함양을 지향하고 있다.

 교양교육과정 구성은 한국 대학과 비슷해 보이지만, 운영체제는 분권적이다. 두 대학 모두 본부의 교양교육과정위원회가 총괄 교육과정 기준으로 핵심 영역 및 영역별 이수학점 수, 범위만을 정하고 실제 교양교육의 주관 운영 주체는 학과 또는 학부에 두고 있다.

 즉, 해당 학과 또는 학부가 총괄 교양교육과정 기준을 참조해 자체 교양교과를 편성한 뒤 대학본부 교양교육과정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운영한다. 조지아공대는 교양교육 핵심 영역 중 하나의 영역을 학과 또는 학부가 교양교과로 자율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조지아대는 총괄 교양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학부의 모든 1학년생들에게 1학점 단위의 선택 세미나 프로그램(First-Year Odyssey Seminar Program)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한다. 300여 개의 세미나 교과가 매년 개설되고, 각 세미나는 학생 15∼18명이 자유롭게 선택한다. 세미나 교과는 여러 교과의 교수들이 해당 전공 영역에서 각자 주제를 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세미나 교과는 교수와 학생이 토론식 수업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 역량, 학문을 하는 이유, 학문에 대한 자기 인식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점은 A∼F로 평가한다.

 대학에서 교양 및 전공 교육은 학문연구와 고등교육을 위한 쌍두마차다. 교양교육의 정체성은 고등시민으로서의 전문인 양성에 있다. 전문인에게 요구되는 기초학문능력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 능력, 비판적이고 창의적 사고 능력이다. 특히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이고 지식 및 기술이 급변하는 사회이다.

 한국의 대학은 어떤가. 기초학문능력과 실용적 직업능력 함양은 특정 전공교육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기초학문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교양교육의 존재 이유다. 앞으로는 학문의 융복합 등 인접 학문 영역 간의 구분을 넘어 토론 및 발표, 팀티칭 등 다양한 교수 학습 방식, 교재 및 참고자료를 개발해야 한다. 또 이에 적합한 평가방법도 구안해야 하는데 한국에 만연한 상대평가는 교양교육의 본래 이념인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 함양에는 걸림돌이라고 본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조지아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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