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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치영]빈대 못 잡고 초가삼간 태우는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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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치영]빈대 못 잡고 초가삼간 태우는 부동산정책

신치영 경제부장 입력 2018-09-05 03:00수정 2018-09-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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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경제부장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에 나선 노무현 정부는 출범 3개월 만에 발표한 5·23대책을 시작으로 반년에 한 번꼴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10·29, 8·31, 3·30, 11·15대책 등 굵직굵직한 대책이 이어졌다. 종합부동산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지금은 낯익은 용어들이 전부 그 당시 대책들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대책들은 온통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동산시장을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로 보는 청와대와 여당은 투기세력을 억제해야 한다고 믿었다.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들 사이에서 ‘공급 확대’라는 말은 금기어였다. 10·29대책 마련에 참여했던 민간 전문가들은 당시 “청와대가 공급의 ‘공’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헌법 아래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는 대책은 발표될 때마다 반짝 효과를 내는 데 그쳤고 집값 폭등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호황과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던 때였다.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실수요자들을 무시한 수요 억제 대책들은 먹히지 않았다. ‘수요 억제 vs 공급 확대’의 논쟁은 갈수록 뜨거워졌다. “공급을 늘려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던 노무현 정부는 결국 2006년 말 검단·파주신도시 계획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공급 확대에 나섰다. 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 공급 확대의 균형 잡힌 정책 조합을 쓴 결과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이 잡히기 시작했고 이명박 정부가 그 수혜를 입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22.4% 오른 집값 상승률은 2009년 1%대까지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때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건 수요 억제에 매달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그때와 너무도 비슷해서다. 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당국자들이 현 정부에 적지 않지만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처럼 부동산시장을 투기판으로 본다. 출범 3개월 만에 8·2대책을 시작으로 15개월간 크고 작은 대책을 계속 내놨다. 종부세 강화, 양도소득세 강화, 재건축 규제 강화, 투기지역 추가 지정 등 수요억제책 일색이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양도세 중과 탓에 다주택자들은 “몇 년만 버티면 어찌 되겠지” 하며 집 팔기를 거부한다. 재건축아파트, 재개발주택을 가진 사람들도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리며 매물을 거둬들인다. 집을 팔려던 사람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며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계약을 취소한다. 아파트 한 채만 거래되면 단지 내 모든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다. 평생 모은 돈으로 집을 사려던 수요자들은 로또가 맞아도 살 수 없이 오른 집값에 망연자실한다. 지금의 부동산대책은 빈대(투기세력)를 잡으려고 초가삼간(부동산시장)을 태웠는데 빈대도 못 잡고 있는 격이다.

지금은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저금리와 고소득층의 자산 증가로 서울 핵심 지역에 집을 사려는 대기 수요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미친 듯이 오르는 집값을 잡으려면 우선 주택 거래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수요가 있는 서울에 공급이 늘도록 해야 한다. 보유세를 올린다면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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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가 조만간 공급확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4년 가까운 시간이 있다. 평생 일해도 집을 살 수 없는 젊은 세대의 절망을 생각해서라도 균형 잡힌 대책으로 집값을 잡아 주기를 기대한다.
 
신치영 경제부장 higgledy@donga.com
#부동산정책#종부세 강화#양도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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