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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명건]도덕의 가면 못 벗긴 ‘드루킹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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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명건]도덕의 가면 못 벗긴 ‘드루킹 특검’

이명건 사회부장 입력 2018-08-24 03:00수정 2018-08-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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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건 사회부장
내일 6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 짓는 ‘드루킹 특검’은 출범 당시부터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가 제대로 못한 게 뭐냐”며 억울해하는 특검팀 관계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수사 경험이 많은 여러 검사들은 “특검팀 수사로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난 혐의도 의혹도 없다”고 말한다. 파견 검사 등 수사팀 인선부터 잘못됐다는 게 그들의 판단이다.

그래서인지 허익범 특검은 수사 도중 자주 답답해했다고 한다. 특히 드루킹과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발부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일본 주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던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두 차례 기각됐다.

하지만 구속은 수사의 목적도 성과도 아니다. 피의자의 증거 인멸과 도주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일 뿐이다. 그래서 구속됐다가도 구속 적부심에서 풀려나는 경우가 있다. 또 김 지사라고 ‘불구속 수사 원칙’의 예외일 수 없다.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게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김 지사를 구속하지 못한 게 ‘약체 평가’의 근거가 될 수도 없다.

그런데 김 지사의 구속영장 기각 전 특검팀 주변에선 영장이 발부되기만 하면 특검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사 기한 30일 연장을 신청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되자 특검팀 내부에선 김 지사를 구속하지 못한 마당에 수사 기간을 늘려도 더 할 게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결국 특검팀은 수사 연장을 포기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이 의심스러운 자금을 서로 주거나 받은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보안 메신저 등을 통해 나눈 대화를 추가 확인할 게 없는 상황에서 연장 수사가 무의미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과연 그런가.

특검 초반 수사 대상으로 많이 거론됐던 게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다. 정치권력의 회유 때문에 올 상반기 경찰의 드루킹 수사가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 책임자와 김 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전력이 의혹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경찰 수사 관계자를 단 한 명도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이 3월 드루킹의 출판사를 압수수색한 날 공교롭게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이 드루킹의 측근이었던 도 변호사와 통화했고, 일주일 뒤 두 사람이 청와대에서 만난 경위도 의혹이었다. 특검팀은 백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수사는 거기서 멈췄다. 만약 권력 핵심이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에 영향을 미친 정황이 드러났다면 댓글 조작 사건은 ‘게이트’가 됐을 것이다.

물론 의혹은 의혹일 뿐이다. 허무맹랑하다면 특검팀이 거들떠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개연성이 있으면 수사로 그 진위를 확인해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게 특검법 2조 4항에 규정된 특검팀의 직무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은 개연성이 있었다. 특검팀은 직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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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권력이든 도덕의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의 두께나 모양에 차이는 있겠지만 자고로 그 근본 속성은 똑같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면이 벗겨지면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가면을 벗겨 권력의 맨얼굴을 봤어야 한다. 가면 뒤에도 도덕의 얼굴이 있는 것을 확인한 뒤라면 수사 연장을 하지 않았다고 누가 뭐라고 했겠는가. 실제 그렇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특검팀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재판에서 입증해야 한다. 공소 유지에서라도 약체 특검의 오명을 벗길 바란다.
 
이명건 사회부장 gun43@donga.com
#드루킹 특검#김경수 경남도지사#경찰 봐주기 수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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