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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명건]대통령의 ‘내 사람’ 인사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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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명건]대통령의 ‘내 사람’ 인사가 성공하려면

이명건 사회부장 입력 2018-06-29 03:00수정 2018-06-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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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건 사회부장
올 초까지 가장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는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다. 경쟁자는 최근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민갑룡 경찰청 차장. 당시 경찰 안팎에선 이 청장의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을 ‘후보 1순위’의 근거로 들었다. 2003, 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기 때문에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가깝다는 것이었다. 민 차장에겐 그런 경력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됐다. ‘드루킹 사건’ 부실 수사 논란이 일자 수사 책임자인 이 청장이 이 사건에 얽힌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와 가깝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청장의 국정상황실 근무 당시 김 당선자는 국정상황실 행정관이었다. 이 청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김 당선자를 소환 조사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수사는 중간에 특별검사에게 넘어갔고 이 청장은 경찰청장 경쟁에서 탈락했다.

이렇게 정부 주요 보직 인사에선 늘 후보와 청와대의 관계가 핵심 변수다. 현 정부도 그렇고, 역대 어느 정부도 예외는 없었다. 각 부처 장관급과 ‘4대 권력 기관’인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의 요직 인선은 특히 대통령이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최근 검찰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된 윤대진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내 사람’ 범주에 들어간다.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관장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의사소통을 하는 창구다.

윤 검찰국장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다. 2003, 2004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이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다. 최소한 청와대의 ‘우리 사람’은 분명하다. 또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총괄하게 된 이성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은 윤 검찰국장의 후임 특감반장이었고,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그 뒤를 이어 특감반장을 한 경력이 있다.

“참 노골적이네.”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한 내부 반응이다. 청와대가 ‘내 사람’, ‘우리 사람’을 철저히 챙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실 인사’, ‘부당한 발탁’이라는 비판은 없다. 많은 검사들은 특별수사통 윤 검찰국장이 일선 검사 시절 정치인이나 대기업 오너를 수사할 때 좌고우면 없이 직진했다고 기억한다. 검사의 본분에 충실했다는 게 대체적 평판이다. 그래서 “청와대가 인사 안정성을 해쳤다”는 비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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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1년 전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단행한 인사에 검찰 내부는 들끓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특정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들 다수가 옷을 벗거나 좌천됐다. 특히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 검사나 노 전 대통령,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검사 대부분이 된서리를 맞았다.

그중 일부가 이번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서 제자리를 찾았다. 청와대 인사 기준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에서 인사의 대원칙을 ‘능력’과 ‘적재적소’라고 밝혔다. 허위 공작 수사나 억지 증거로 줄줄이 무죄가 난 수사를 주도한 검사나 경찰은 인사 불이익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상부 지시에 따라 특정 사건 수사 실무를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한직을 떠돌게 되면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회는 평등-과정은 공정-결과는 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

‘능력’과 ‘적재적소’ 평가는 세밀한 검증의 결과여야 한다. 그래야 인사에 좌우되는 공직자의 자부심이 빛을 발한다. 자부심 없는 성과는 없다. 7월 검찰 후속 인사와 경찰 치안감급 이상 간부 인사부터 그렇게 돼야 한다.
 
이명건 사회부장 gun43@donga.com
#이주민#청와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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