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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진영]대통령의 세계 2위 지지율이 불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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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이진영]대통령의 세계 2위 지지율이 불안한 이유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입력 2018-06-01 03:00수정 2018-06-0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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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이롭다. 한국갤럽의 5월 말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76%다. 노태우 대통령 이래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도 70%를 넘은 이가 없다. 나라 밖을 봐도 지지율이 80%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제외하면 주요국 정상들의 지지율은 대부분 40% 언저리다.

세계 정상들의 낮은 지지율은 2008년 금융위기 극복 이후 호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대개 경기가 좋을 때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게 나온다. 하지만 2000년 닷컴 붐 이후 최대 호경기를 맞은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로 역대 대통령들의 같은 재임 시기 평균인 57%를 한참 밑돈다. 미국보다 경기가 좋은 독일 총리 지지율도 50%대로 한창 때보다 20% 떨어졌다. 경제 개혁 중인 프랑스 대통령과 일자리가 남아도는 일본 총리도 낮은 지지율이 고민이다. 외신은 실용적인 경제 성과보다 기성 체제를 부정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포퓰리즘의 부상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경제와 대통령 지지율이 따로 노는 건 아니다. 경기가 좋아도 지지율이 낮을 순 있지만, 경기가 나쁜데 지지율이 높은 경우는 드물다. 예외적으로 푸틴 대통령이 저유가로 러시아 경제가 엉망이어도 지지율은 세계 1위인데 거긴 언로(言路)가 막힌 나라다.

장기적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경기가 결정한다. 1993년 김영삼 정부부터 2013년 이명박 정부까지 20년간 경제 지표와 대통령의 지지율을 시계열 분석한 결과 경제상황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수출증감률)와 미래 경기에 대한 기대(경기종합선행지수)에 따라 대통령의 지지율이 달라졌다(김덕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논문 ‘한국에서의 대통령 지지율과 거시경제: 김영삼에서 이명박까지’). 박근혜 정부 때도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대통령의 지지율과 소비자심리지수는 나란히 움직였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추락했지만 레이건과 클린턴 대통령은 이란-콘트라와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타격을 입지 않거나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갔다. 닉슨 시절엔 경기가 나빴고, 레이건과 클린턴 정부 땐 좋았다(최준영 인하대 정외과 교수 논문 ‘스캔들, 경제적 성과, 그리고 대통령 지지율: 미국의 경우’).

5월 말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사람들은 대북정책(19%), 북한과의 대화 재개(15%), 남북 정상회담(10%)을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반대로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24%)을 1순위로 꼽았다. 대통령이 취임 후 1년간 가장 잘못한 분야도 경제였다(이상 한국갤럽).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10대 경제지표 가운데 수출액과 소비자기대지수를 포함한 9개 지표가 꺾였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에겐 정치적 경고음이다.


경제지표를 외면하는 인기 있는 대통령은 국가적으로도 위험하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루치르 샤르마 글로벌 전략 대표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민주주의는 정치인이 경제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유권자가 감시할 때 작동한다. 호황기의 지도자가 경제를 무시하고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불황기에 접어들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의 경이로운 지지율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지지율#경제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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