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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홍수영]‘미투’에 대한 세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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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홍수영]‘미투’에 대한 세 가지 오해

홍수영 논설위원 입력 2018-02-09 03:00수정 2018-02-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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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논설위원
일본 후지TV의 한 드라마에는 사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마네킹을 활용해 성희롱 여부를 구분하는 실습도 한다. 먼저 좀 못난 남직원이 “좋은 아침” 하며 마네킹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여직원들은 정색한 표정으로 일제히 ‘노(No)’라고 적힌 레드카드를 들었다. 이번에는 ‘훈남’ 부장이 같은 시범을 보였다. 그러자 여직원들이 얼굴에 화색을 띠며 ‘오케이(OK)’라고 적힌 흰색카드를 올렸다. “뭐가 다른 거냐”고 황당해하는 남직원에게 여직원들은 외친다. “사람이 다르다”고.

틀렸다. 마음에 안 드는 남성이 추근대면 성추행이고 훈남이 접촉하면 구애(求愛)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에피소드를 거론하는 이유는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남성들의 오랜 오해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한국에 상륙한 뒤 짐짓 침묵한다는 이들을 보게 된다. 괜히 섣부른 반론을 폈다가 ‘개저씨’(개념 없는 아저씨) 소리 듣느니 입을 닫는 게 낫다는 것이다. 미투 캠페인에 대해 이들이 불편해하는 지점 세 가지를 들어봤다.

①“그때 넘어간 일 아니었어?”=시쳇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때문에 패가망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문제 제기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당시 법무부 검찰국장)도 “당시 서 검사는 고심 끝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면서 8년이나 지나 돌변한 이유부터 물었다.

그러나 미투는 느닷없이 수틀려서 하는 폭로가 아니다. 피해를 입고도 마치 없던 일처럼 했던 시간들은 대개 두려움 때문이었다.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어쩌지, 그간의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왜 몇 년이 지나 문제 삼느냐고 묻지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까지 몇 년이 걸린 거다. 오랜 침묵을 용인으로 해석하는 건 오해다.

②“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야?”=그래도 ‘왜 하필 지금이냐’는 물음이 목까지 차오른다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을 지지하지만 인사 불이익을 함께 말한 대목은 사실 아쉽다. 이는 8년 만의 폭로가 인사에 대한 불만 때문 아니냐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이들에게 작은 꼬투리조차 주고 싶지 않아서다.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그러나 통상의 여성들은 자신의 성(性)을 도구화하는 ‘자폭테러’를 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자리 좀 얻어 보겠다고, 유명세를 타보겠다고 삶을 뒤흔들지 모를 사건을 꾸미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남성을 이용해 무언가를 뜯어내려 한다는 ‘꽃뱀론’은 오해다. 그것도 아주 폭력적인 방식의 오해다.

③“여자와는 엮이지 말아야 해”=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얘기도 있다. “악수를 청하는 여성에게 목례를 했다”, “지하철에서 여자 옆에는 안 선다”며 ‘생존의 지혜’를 공유하기도 한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이러다가 우리가 각종 활동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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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말이나 행동이 문제가 될지 헷갈리면 안 하는 게 낫다. 하지만 ‘여자와는 엮이지 말자’는 손쉬운 결론은 여성에 대한 오해다. 또 미투 캠페인이 추구하는 바도 아니다.

지난달 미국에서 한 여성이 데이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성행위’를 했다며 코미디 배우 아지즈 안사리를 고발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 한 여성 칼럼니스트는 “맥락상 이건 (미투감이 아니라) ‘나쁜 섹스(bad sex)’”라고 바로잡았다. 우리도 어떤 미투에 대해선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그렇지만 집단지성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성폭력범으로 몰아붙이지는 않기에 지금은 그저 “미투”하게 하자.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


#성희롱 예방교육#코미디 배우 아지즈 안사리#미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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