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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부형권]별난 20대의 다른 대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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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부형권]별난 20대의 다른 대북관

부형권 국제부장 입력 2018-02-06 03:00수정 2018-0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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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 국제부장
‘코피’라는 단어가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요즘처럼 주목받은 적이 있을까. 말보다 행동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제한적 대북 선제공격 방안이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작전. 북한의 중단 없는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시킬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다. ‘북한 같은 불량국가는 코피 나게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린다(핵 포기한다)’는 긍정론도 없진 않다. 그러나 ‘코피 터진 북한이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대론이 거세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코피 작전의 위험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까지 받은 주한 미국대사의 내정 철회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파문이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코피는 언론이 지어낸 허구”라며 한발 뺐지만 북한의 도발이 재연되면 코피 논란도 재부상할 게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인사들 사이에선 대북 선제타격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해 말 동아일보 여론조사 질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제타격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60.7%)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34.5%)보다 26.2%포인트나 높았다. 화약고 같은 한반도에선 불씨 하나도 큰 걱정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대(19∼29세)만 확연히 달랐다. ‘절대 안 된다’(47.1%)와 ‘검토할 수 있다’(47.2%)가 거의 같았다. 이 조사에서 20대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88.5%)했다. 대북 강경 노선의 보수야당 자유한국당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지지율 1%). 그런데도 트럼프의 대북 선제타격, 즉 코피 작전에 대해선 한국당 지지자(절대 불가 46.3%, 검토 가능 48.5%)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한국의 20대, 그대들은 어느 별에서 왔니’ 하는 궁금증이 생길 만하다.

한국당과 비슷한 대답을 했다고 ‘20대는 보수화됐다’고 쉽게 규정할 수 있을까. 절대다수가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의 애칭) 하고 싶은 것 다 해’ 하는 무조건적 신도(信徒)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을까. 21세기에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를 그런 낡은 잣대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착각이고 오류일 수 있다.

20대는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잘 모르지만 2010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목도했다. 국민을 굶기는 북한 정권의 끊임없는 도발과 핵·미사일 협박을 이해할 수 없다. 기자가 만난 북한 전문가들은 “한국 20대에 북한은 ‘외국보다 멀게 느껴지는 민족’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들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남북한 한반도기 공동 입장’까지는 이해(찬성 50%·한국갤럽 2월 첫째 주 조사)하지만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엔 반대(62%)하는 이유다.

평창 올림픽이 평화의 축제가 되고, 정부의 의도대로 남북 및 북-미 대화로 연결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피고 챙겨야 할 건 남다른 20대의 섬세하고 민감한 마음인지 모른다. 어느 세대보다 자유롭고, 그래서 더 객관적인 그들이 ‘통일은 대박이다’ ‘우리 민족끼리’ 같은, 추상적이거나 낭만적인 당위만으로 설득될 리 없다. 그들의 생각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들이 맞고 우리(기성세대)가 틀릴 수도 있다.

한반도의 미래인 한국의 20대가 지지하고 찬성하고 열광하지 않으면 남북 대화의 성공도, 민족 통일도 그저 아득할 것이다.

부형권 국제부장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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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북한#트럼프#20대 대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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