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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배극인]김영춘 장관의 거꾸로 세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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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배극인]김영춘 장관의 거꾸로 세계지도

배극인 산업부장 입력 2017-10-10 03:00수정 2017-10-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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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극인 산업부장
“한국 기업들은 왜 그렇게 중국에 몰빵하나.” 특파원 재임 시절 일본 기자들에게서 역사 문제 다음으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당시는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조치로 중일 관계가 최악이던 시점이다. 일본 언론은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질문에는 중국 시장에서 일본의 공백을 누리는 한국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깔려 있었다. 이렇게 답했다. “일본은 중국 아니어도 먹고산다. 원전 사고 이후 전국의 원전 54기를 모두 멈춰 세우고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나라 아니냐. 한국은 아직 일본과 다르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최대한 베팅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문 닫았던 화력발전소를 다시 돌렸다.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상품(무역)수지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해외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무역수지와 소득수지 등을 합친 경상수지는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무역수지 흑자로만 버티는 한국과 경제의 질(質)이 다른 셈이다. 개인에 비유하자면 일본이 서울 강남 곳곳에 빌딩을 가진 자산가라면, 한국은 직장에서 일본과 비슷하게 억대 연봉을 받지만 아파트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하는 월급쟁이인 셈이다.

갈 길이 먼 한국인데 최근 일상적인 벌이에도 이상이 생겼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서 한국 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동맹이자 제2 교역국인 미국 시장마저 삐걱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불가피해졌고 전자·철강제품에 대한 통상 압박이 거세다.


경제, 특히 환율과 통상은 정치·외교의 그림자일 수밖에 없다. 11년 전 미국이 한국과 FTA 협상을 시작한 것도 정치적인 이유에서였다. 중국은 2002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 투자 대상국이 됐다. 중국은 또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2005년 FTA를 발효시켰다. 동아시아 정치 경제가 급속히 중국 중심으로 통합되자 미국이 불안해졌다. 한미 FTA는 이에 대한 브레이크였다.

앞다퉈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던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가 지금 꼬여 버린 것도 정치적 이유에서다. 외부 변수에 둔감한 채 세계가 내 생각대로 굴러갈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외교의 후유증이 크다. 중국은 애초부터 한미일 연합 전선에서 한국을 떼 내려는 목적이었지만 한국은 ‘정권 임기 내에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도그마에 갇혀 중국의 환대를 오역했다. 미국은 보따리 싸고 적진으로 한 번 가출했던 친구가 돌아왔지만 앙금을 지우지 못했다. 정권이 바뀐 지금도 미심쩍어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직거래하면서 한국과의 이익 공유를 간단히 후순위로 밀어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8월 국무회의에 선보인 ‘거꾸로 세계지도’가 있다. 기존의 세계지도를 아래위로 뒤집은 지도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지도를 보면서 세계 전략을 짜고 있다.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일본이라는 방파제를 뚫고 태평양으로 나가려는 중국의 야심과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보다 생생하게 보인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남중국해를 거쳐 극동 아시아로 이어지는 원유 수송로와 주변 해역을 둘러싼 중일의 힘겨루기도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한반도 문제의 향배는 이런 열강들의 세계 전략과 동떨어져 생각하기 어려운 게 냉엄한 현실이다. 타자의 시각에서 한국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전략적 방향을 모색하는 현실 감각이 불가피하다. 경제 문제의 틀을 넘어 좀 더 큰 눈으로 현재 위기에 접근해야 적확한 출구를 찾을 수 있다.

배극인 산업부장 bae2150@donga.com



#김영춘#거꾸로 세계지도#화력발전소#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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