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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용]‘김현종 청구서’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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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용]‘김현종 청구서’에 거는 기대

박용 뉴욕 특파원 입력 2017-10-08 03:00수정 2017-1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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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뉴욕 특파원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려야 한다. 상대방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수세적, 방어적 자세로 통상업무를 해 나간다면 구한말 때처럼 미래가 없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8월 취임식에서 통상 관료의 정신무장을 주문했다. 조직 내부를 다잡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협상 상대방을 의식한 계산도 다분히 깔려 있었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협상 파트너들에겐 ‘선전포고’처럼 들렸을 것이다. 미국 일부 인사는 취임 첫날부터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미국 협상 파트너와 대립각을 세운 그에 대해 ‘안티 아메리칸’이라고 쑤군댔다.

김 본부장은 취임 전인 지난해 11월 언론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할 의사가 없으니 폐기하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의 타협 여지를 검토하면서 반대급부로 받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외교안보팀에 조언했다. 그런 그가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선언하자, 그가 미국에 내밀 청구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해 “반대급부로 고농축 우라늄 재처리, 3000t급 핵잠수함 건조, 미 연방준비제도(Fed)와의 통화스와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땐 밖에서 훈수를 두는 처지였으나 이젠 미국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당사자가 됐다. 이 청구서를 들고 미국 측을 설득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상대를 적으로 돌리고 제 몫만 챙기려 드는 벼랑 끝 난전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한미 양국의 공통 이익을 찾아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 본부장의 반대급부 목록에 들어 있던 한미 통화스와프는 양국의 공통 이익에 부합하는 카드로 꼽힌다.

한미 양국은 공통적으로 무역적자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유엔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며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일자리 확대라는 공약 이행에 매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 “일자리 10만 개를 빼앗아 갔다”, “끔찍한 협정”이라고 한미 FTA를 공격하며 한국 측의 양보를 요구했다.

한국도 20년 전 경상수지 적자 속에서 달러가 모자라 부도 위기에 내몰렸던 외환위기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미국이 흑자를 크게 보는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겪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마저 제대로 내지 못하면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세계 9위의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원화 가치가 추락했을 때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 당시처럼 외환 안전판이 마련돼 ‘수입에 관대한 나라’로 바뀐다면 한국은 미국에 더 큰 수출시장이 될 수 있다. 한국도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를 더 키워 경제 구조를 선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외환 안전판 역할을 했던 560억 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는 10일로 끝난다.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앙금이 남아 있어 만기 연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무역적자 트라우마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의 돌파구가 열리면 한미 경제동맹을 굳건히 하고 양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만에 공직에 돌아온 김 본부장의 청구서에서 가장 보고 싶은 카드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김현종#통상교섭본부장#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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