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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석호]“절대 미국과 헤어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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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신석호]“절대 미국과 헤어지지 마세요”

신석호 국제부장 입력 2017-09-18 03:00수정 2017-09-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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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국제부장
문재인 대통령 각하.

북한 김정은이 연일 핵미사일 도발을 해대는 엄중한 시기에 얼마나 몸과 마음의 고생이 많습니까.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최고지도자의 제1의 임무는 안보를 튼튼히 하는 일이니까요. 오늘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으로 출발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철저한 대북 공조를 이루길 바랍니다.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와 비슷한 점이 참 많다는 생각에 조금 훈수를 두려고 합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고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습니다. 나 역시 조국 영국을 나치 독일의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힘과 의지를 정말 간절히 필요로 했답니다.

1943년 가을 나는 충격적인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넘어 침략 전쟁을 확대해 가던 아돌프 히틀러가 프랑스 서해안에서 런던을 향해 로켓이나 장거리포 사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였소. 영국 총리 집무실이 있는 다우닝가 10번지만 해도 너무 낡고 부실해서 폭탄이 떨어지면 완전 산산조각 날 것이 뻔했죠. 지금 한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우려하는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난 독일에 맞선 미국과 소련의 힘이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믿었소. 문제는 두 강대국이 영국과 유럽을 위해 전쟁에 계속 전념하도록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처음 하는 생각은 ‘어떻게 루스벨트를 기쁘게 할까’였고, 두 번째 생각은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어떻게 회유할까’였다오. 나는 대영제국의 총리였고 루스벨트는 나보다 여덟 살 어렸지만, 미국은 영국을 군사력으로 보호해줄 유일한 나라였기 때문이오.

그해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나와 루스벨트, 스탈린이 이란의 수도에서 만난 역사적인 ‘테헤란 회담’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3국 최고지도자가 만나 전략적 역할 분담을 하고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소. 난 그 직전인 22∼26일 루스벨트를 이집트 카이로에서 따로 만나 의견을 조율했소. 속을 알 수 없는 스탈린을 앞에 두고 미국과 영국이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였지요.

역설적으로 그 뒤 나와 영국의 입지는 줄어들었소. 난 연합군의 운전석을 루스벨트에게 양보했고 스탈린에게는 조수석도 비워줬습니다. 다음 해 6월 6일 연합군의 승전을 굳힌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미국이 원했고 난 따랐소. 조국을 구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어요. 전쟁이 끝나고 총리 자리를 사임하는 각료회의 연설에서도 “절대 미국과 헤어지지 말라(Never be separated from the Americans)”고 강조했습니다.


다행히 트럼프도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오히려 그가 국내 정치적 이유로 무모한 모험을 할지 걱정이 되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트럼프의 마음을 사고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난 루스벨트와의 비밀을 잘 지켰고, 말한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소. 조심스럽게 구애도 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 노력했소.

당신이 그렇게 하는 건 사대주의도, 친미주의도 아닙니다. 약소국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겸손해야 합니다. 지지자들에게 당장 값싼 박수를 받는 것보다 장기적인 국가 안보만 바라보세요. 그것이 당신이 조국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2017년 9월 18일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드림
 
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
#절대 미국과 헤어지지 말라#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북한 김정은#북핵#제2차 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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