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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성호]“우리도 국민” 폭우속 절규 외면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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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성호]“우리도 국민” 폭우속 절규 외면해선 안돼

황성호 기자 입력 2018-08-31 03:00수정 2018-08-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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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산업2부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전국에서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이 몰려들었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인근 카페에서 비를 피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1만5000명(경찰 추산)이나 됐다. 우산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비를 맞으며 이들은 비보다 더한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적용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2008년 대구 수성구 한 편의점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3770원. 새벽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원래 시간당 5655원을 받아야 했지만 사장은 “새벽 시간에는 손님이 적어 어쩔 수 없다”며 3000원을 제시했다. 처음엔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실제 새벽의 편의점엔 한 시간에 1, 2명의 손님이 전부였다. ‘사장 입장에선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주기 벅찼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다.

자영업 현장에서는 10년 전과 비슷한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자영업자들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면 우리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서구에서 한정식집을 하는 김모 씨는 “메뉴 가격이 서울보다 싸고 지역 경제는 더 어려운데 최저임금은 전국이 똑같은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직원들 월급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의 가게에선 올해 두 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1월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남 지역 PC방·편의점 사장 32명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은 9명(28%)에 불과했다. 전남 여수시의 한 편의점 사장은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이지만 우린 서울보다 손님이 적으니 인근 편의점들에 물어보고 5500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 요구에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전문가들은 “실태조사부터 먼저 하라”고 지적한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통계를 만든 뒤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올해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는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의 말이다. 폭우를 뚫고 생업을 접은 채 광장에 선 수많은 자영업자의 “우리도 국민이다”라는 외침에 ‘사람’ ‘국민’을 앞세우고 있는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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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소상공인#최저임금 차등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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