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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영아]실제 80km인데… “제천∼평창 30km거리” 日방송, 참사보도하며 올림픽 흠집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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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영아]실제 80km인데… “제천∼평창 30km거리” 日방송, 참사보도하며 올림픽 흠집내기

서영아특파원 입력 2017-12-23 03:00수정 2017-12-23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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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도쿄 특파원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화재 참사를 일본 언론들은 크게 다뤘다. 특히 방송들은 현장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도를 이어갔다. 활활 타오르는 건물, 건물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는 장면 등은 시청률을 높이는 데 좋은 소재일 것이다.

그런데 공영방송 NHK는 화재 현장을 평창 올림픽과 연관지었다. NHK는 21일 밤 뉴스에서 “제천은 인구 13만의 지방 도시로 내년 2월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남서로 약 30km 떨어져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플라자까지는 80km가 넘는다. 22일 오전 뉴스에서는 “22일 제천에서 성화 릴레이가 벌어질 예정이었으나 화재로 많은 희생자가 생겨 중지됐다”고 추가했다.

이날 TV아사히의 보도 버라이어티 ‘하토리 모닝쇼’도 화재 소식을 상세히 다뤘다. ‘평창 인근 도시에서 화재 참사’라는 제목을 달아 10분 이상 화재 영상을 틀고 사고 경위와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했다. 역시 제천이 평창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며 이날 예정됐던 성화 릴레이가 취소됐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수시로 ‘평창이 갈 곳이 못 된다’는 식의 방송을 해왔다는 점이다. 지난주 ‘평창 특집’에서도 평창에 가려면 비행기로 인천이나 김포공항에 내려 다시 한반도를 가로질러야 하며, 고속철도가 개통될 예정이지만 공사 과정에서 사고가 속출하는 등 안전이 의심된다고 했다. ‘평창 기온이 체감 온도로 영하 10도 이하인데 경기장에는 지붕이나 난방 시설이 없어 극한 체험을 해야 한다. 가설 경기장이라 관람객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무너질 우려가 있다. 바가지요금 때문에 숙소를 구할 수 없고 일본 여행업협회에서 내놓은 상품의 1인당 참가비가 80만 엔(약 762만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평창에 가지 말라”고 말하지 않을 뿐 방송을 본 사람이 평창에 갈 엄두를 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더해 제천 참사는 평창에서 가까운 숙소를 찾는 일본인의 마음에 불안감을 더했다.

일본인의 평창 올림픽에 대한 감정은 매우 좋지 않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실린 세계 지도에서 일본 열도만 지워져 감정이 상했고, 북한의 위협 때문에 전쟁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27일로 예정된 위안부 합의 재검증 발표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평창 방문 카드를 이용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평소 겨울올림픽의 인기가 높은 일본이지만 평창에 가서 경기를 관전하자는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조성에 언론의 선정적 여론 몰이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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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화재#참사#일본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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