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신동진]단통법 3년 성적표… 정부, 실패는 감추고 공만 내세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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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산업부
신동진·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단말기유통법 시행시점 통계지표’라는 참고자료를 지난달 29일 배포했다. A4용지 한 장에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과 2017년 통신비와 가입자 수 등 10가지 항목에 대한 비교가 표로 나열돼 있었다. 3년간 가계통신비, 평균가입요금, 고가요금제 비중은 감소했고 알뜰폰 가입자, 중저가 단말기 판매는 늘었다는 등 공(功)만 있고 과(過)는 없는 발표였다.

시민단체의 반응은 싸늘했다. 참여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단통법이 통신사 이익만 불리고 통신요금 인하 효과는 미미했던 ‘실패작’이라고 논평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천정부지로 뛴 프리미엄폰 가격과 음성화된 스폿성 불법보조금 실태는 뺀 통계”라고 지적했다. 단통법이 경쟁을 위축시키고 통신사의 독과점 구조를 공고화했다는 평가였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한 게 골자다. 법 시행 후 통신사들은 보조금 경쟁을 덜하게 됐고 그만큼 비용을 절감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를 살 때 예전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이 때문에 단통법은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성과 일색으로 꾸린 이번 성적표에는 ‘옥에 티’가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2014년(1823만 대)과 지난해 단말기 판매량(1870만 대)을 비교해 47만 대가 증가했다고 홍보했다. 보조금이 줄면서 단말기 시장이 위축됐다는 업계의 지적을 반박할 만한 통계였다. 하지만 2014년은 이미 시장이 얼어붙은 후였다. 그해 3월 국회 논의가 시작된 뒤 7, 8월 시행령 내용이 먼저 이슈화되면서 2013년(2095만 대)보다 판매량이 13% 급감했다.

과기정통부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연도별 단말기 판매 현황에서 2013년을 비교군으로 삼으면 ‘47만 대 증가’가 아닌 ‘225만 대 감소’로 성적이 정반대로 된다.

단통법은 이달부터 ‘보조금 상한제’ 규정이 폐지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국회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한 법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유례없는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정부가 흔들리는 법을 지키기 위해 ‘성과 부풀리기’라는 오해를 받아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소비자 사이 틈이 생기면 이익을 보는 쪽은 뻔하기 때문이다.

신동진·산업부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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