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민기]국민연금을 ‘정부 쌈짓돈’으로 여겨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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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공공부문 투자에 써야”… 수익률 떨어지면 국민만 고통

신민기·경제부
신민기·경제부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2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 기간 18.0% 오른 코스피보다 높은 수익을 냈다. 매달 연금보험료를 내야 하는 2176만 명(올해 3월 말 기준)의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정부가 국민연금의 이 같은 성과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6일 “국민연금의 재벌 및 대기업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며 벤처·창업투자는 물론이고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에 대한 사회 책임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공공투자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다.

문제는 가입자의 동의 없이 정부가 국민연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점이다. 게다가 투자로 인한 수익률 저하도 우려된다. 정부는 공공투자를 통한 수익률이 국민연금의 채권 수익률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국내외 연기금의 투자 방향에도 역행한다.

이미 연기금의 공공투자 확대로 인한 부작용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1961년 일찌감치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초기에 전국 각지에 휴양시설을 짓는 등 복지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198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당시 3800억 엔(약 3조8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끼쳐 국민의 원성을 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88년 국민연금 출범 이후 1998년까지는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경제원이 국민연금을 운용했다. 당시 재경원은 각종 경제정책에 연금을 투입하면서 국채 이자율 수준의 이자만 지급했다. 보다 못한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국민연금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에 기금운용본부를 설치하고 독립적으로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100세 시대를 불행으로 받아들이는 서민들이 적잖다. 모두 노후 대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런 서민들에게 국민연금은 불안한 노후를 책임질 마지막 버팀목이다. 정부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쌈짓돈처럼 여기면 안 되는 이유다.

신민기·경제부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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