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도형]일자리 위해 양보하는 中企… 꿈쩍않는 민노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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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등 걱정 많아도 중소기업계 “청년 10만명 더 고용”
민노총, 문재인 정부 두달만에 “총파업”… 현안해결 양보는 생각조차 안해

김도형·산업부
김도형·산업부
22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 중소기업 경영자와 소상공인 등 7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기조 강연을 마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큰절을 했다.

이 부위원장이 강연을 하기 직전 중소기업계는 청년 10만 명을 더 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중소기업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기업이 성과를 내면 사업주와 근로자가 적절히 공유하겠다는 ‘성과공유제 10만 확산 운동’도 약속했다. 이 부위원장이 큰절을 할 만한 ‘통 큰’ 선물이었다.

중소기업인들이 경기가 좋아서 청년 10만 명 고용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 이 부위원장이 떠난 후 24일까지 이어진 포럼 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공약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좋은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알겠다. 그렇다고 새 정부 정책을 그냥 밀어붙이면 아예 문 닫아야 할 기업, 자영업자가 많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인들이 통 큰 선물을 하고 나선 것은 누군가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성과를 내면 공유하겠다는 것은 사람이 안 와서 고용을 못 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고용주가 먼저 ‘양보’하고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축인 노동계의 메아리는 들리지 않는다. 특히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이윤을 착취하는 귀족노조라고 비판받는 민노총은 ‘양보’는 커녕 30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최저임금 즉각 인상 등 갖가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새 정부 ‘길들이기’ 성격이 짙다는 게 기업인들의 시각이다.

22일 이 부위원장이 행사장을 떠난 후 강연에 나선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짚었다. 그는 “정부의 일자리 해법에 ‘메인 디시(주요리)’가 빠진 것 같다”며 ‘손실의 내면화’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송 교수는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를 거론하면서 고임금을 받으며 생산성 향상에는 기여하지 않는 그들이 납품업체와 사내 협력업체, 심지어 해외 노동자의 이익까지 편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를 풀려면 대기업 노조처럼 더 가진 이들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실의 내면화’다.

송 교수가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바로 민노총이지만 이들은 손실을 내면화할 생각이 아직 없는 것 같다. 더구나 정치·외교 이슈까지 입맛대로 주무르려는 민노총의 모습은 양보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마음이 무겁다.

김도형·산업부 dodo@donga.com
#민노총#중소기업#고용#총파업#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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