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中日 평화조약 4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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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10월 23일 일본 도쿄의 아카사카 영빈관. 덩샤오핑 중국 부총리와 후쿠다 다케오 일본 총리가 ‘중일 평화우호조약’ 비준서를 교환했다. “일본이 이처럼 가난한 사람(중국)과 친구가 되려고 하니 대단하군요.” 후쿠다가 양국 관계 강화를 강조하자 덩샤오핑이 웃으며 건넨 말이다. 그로부터 40년 지난 이달 25∼27일, 이번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청일전쟁 이후 거의 100년 동안 적대적인 역사를 써 왔던 중국과 일본이 1972년 중일 수교에 이어 평화조약까지 체결한 것은 국제정세의 급변과 이에 따른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닉슨독트린과 미중 관계 진전에 충격 받은 일본이 휘두른 ‘소련 위협 카드’는 효과적이었다. 개혁개방을 앞두고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던 덩샤오핑은 1978년 방일 당시 일본 닛산자동차 공장부터 찾았다. 중국은 일본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했다. 일본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탐냈다. 중일 평화조약 덕분에 일본은 미국과의 군사동맹도 원하는 대로 개정할 수 있었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양국 관계는 2012년 위기를 맞았다.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선언하면서부터다. 덩샤오핑이 센카쿠 영유권을 두고 “이 문제를 후세에 넘기는 것이 좋겠다. 지금의 우리들보다 총명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 깊숙이 묻어둔 갈등이었다. 군사적 충돌을 우려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2011년 12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방중 이후 일본 총리는 지금껏 중국 땅을 밟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무르익은 중일 간 해빙 분위기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은 일본에서 출구를 찾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중국과의 대결이 부담스럽다. 아베가 방중 때 경제사절단 500명을 이끌고 가는 이유다. 각국이 생존을 위한 짝짓기를 벌이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 동맹도, 적도 구별하지 않는 ‘트럼프 변수’가 국제 질서의 판을 흔들고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아베#중국#일본#센카쿠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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