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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기홍]“김광석 타살설 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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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기홍]“김광석 타살설 근거 없다”

이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8-07-04 03:00수정 2018-07-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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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은 주로 부유한 과부를 노렸다. 마녀를 가리는 네 번째 방법이 ‘물 시험(Wasserprobe)’으로 혐의자를 묶은 채 물에 빠뜨린다. 물은 깨끗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마녀라면 물 밖으로 내치기 때문에 떠오른다고 믿었다. 떠오르지 않고 익사하면 혐의를 벗고, 떠오르면 화형에 처했다. 어떤 결과든 목숨을 잃고 재산은 몰수된다.

▷가수 고 김광석 타살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씨(고발뉴스 기자)와 영화 관계자들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관련자 46명과 증거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영화 ‘김광석’과 기자회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펴 온 △부인 서해순 씨가 김광석 타살의 주요 혐의자이며 △저작권을 시댁에서 빼앗았고 △딸을 방치해 죽게 했으며 △9개월 영아를 살해했다는 주장 등이 모두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 씨의 의혹 제기와 여기에 동조한 누리꾼들의 공세로 서 씨는 남편과 딸을 죽음으로 내몬 ‘마녀’로 낙인찍히다시피 했다. 한 조사에서 문화·사회 분야 비호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까지 호응해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사건 재수사를 요구했다. 그런데 막상 이 씨가 경찰에 제출한 근거자료는 대부분 의혹을 제기하는 진술들이었다. 전과 10범이 넘는 서 씨의 오빠가 도왔을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오빠는 현장에 없었고 전과에 강력범죄도 없었다.

▷유명인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추적할 수는 있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 없이 누군가를 살인자로 몰아선 안 된다. 영화 ‘김광석’은 다큐 형식이지만 프로파일러 등 전문가들의 일부 발언이 ‘편집’돼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 때도 다이빙벨 음모론을 제기했고 영화까지 만들었다. 팩트의 신성함을 외면하고 ‘편집의 묘(妙)’를 살려 ‘김광석 타살설’의 불씨를 지폈다. 사회 밑바닥에 깔린 ‘불신’은 휘발유가 됐다. 활활 타오른 불길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지만, 종국에 자신들까지 덮칠 수도 있다. 이 씨는 “경찰 초동수사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검찰 수사결과가 관심이다.
 
이기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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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타살 의혹#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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