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얌체 휴직 교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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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자녀 1명에 대해 1년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3년 이내에 쓰면 될 뿐 어떻게 쓸지에 대한 제한은 없다. 그러다 보니 얌체처럼 육아휴직을 쓰는 교사들도 있다. 가령 3월 학기 초 한 학기 육아휴직을 신청해 놓고 휴직에 들어갔다가 7월에 복직하면 육아휴직은 4개월 정도만 쓴 것이 되면서 실제로는 방학까지 포함해 6개월을 쉴 수 있다. 게다가 육아휴직 중에는 월급의 40%인 육아수당만 받지만 방학 직전 복직하면 한두 달은 놀면서도 월급 100%를 받는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정교사 육아휴직은 학기 단위로만 허용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교육공무원 인사실무 지침은 육아휴직 1년을 무제한으로 나눠 쓸 수 있게 해놓고 ‘학기 단위로 기간을 정해 휴직하도록 권장하라’는 하나 마나 한 말만 한다. 교장을 지낸 어느 교육청 공무원은 “학교에서 얌체 육아휴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사람은 아마도 기간제 교사나 그 주변인일 가능성이 높다. 정교사들의 ‘개학하면 휴직, 방학하면 복직’은 단순히 자기 이익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기도 하다. 정교사 대신 고용된 기간제 교사는 결원을 보충한다는 개념으로 고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을 6개월로 했든 1년으로 했든 정교사가 복귀하면 바로 그만둬야 한다. 새 학기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방학 때는 돈 한 푼 못 버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학교 교감이나 교장은 교사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쓰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교사가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직전에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갑자기 아이를 봐줄 수 있게 됐다며 복직을 신청하면 핑계인 줄 뻔히 알면서도 받아주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수오지심(羞惡之心) 측은지심(惻隱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 같은 거창한 말을 하기 전에 염치가 교육의 시작이다. 자기부터 얌체 짓 하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무슨 염치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육아 휴직#교사 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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