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조수진]性범죄 상습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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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다.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대한민국 ‘미투(#MeToo·나도 당했다)’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직역(職域),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눈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미투가 터져 나온다. 지금 어디선가 과거를 돌아보며 마음을 졸이는 ‘그들’도 적지 않으리라.

▷미투 증언에 드러난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 씨의 행태는 특히 추악하다. 2000년부터 7년여간 추행당했다는 A 씨와 열아홉 살, 스무 살이던 2001년과 2002년 성폭행(강간)을 당했다는 B 씨, 2005년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후 낙태까지 했다는 C 씨…. 그럼에도 이 씨는 이른바 ‘사과 기자회견’에서 “강제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 및 협박이 있을 경우에만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는 판례 등 법적 현실 등을 염두에 둔 대응일 것이다. 실제로 이 씨는 기자회견 전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성추행(강제추행),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 성폭행은 처벌 대상이지만 공소시효는 둘 다 10년이다. 다만,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공소시효가 성년이 된 날로부터 계산된다. 2013년 6월 19일 폐지된 ‘성범죄 친고죄(親告罪)’ 조항도 변수. 친고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여서 폐지 이전 범죄는 고소 없이는 공소시효 이내여도 처벌이 어렵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 씨의 범행 시기는 모두 2007년 이전이다.

▷그러나 복병은 있다. 2010년 4월 15일 형법에 신설된 상습강제추행죄다. 만약 이 시점 이후 단 한 건의 범죄만 추가돼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과 연동돼 처벌받을 수 있다. 2건 이상의 ‘상습성’만 인정되면 처벌되기 때문. 2016년 1월, 강석진 전 서울대 교수가 피해자 고소도 없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은 2010년 7월 이후의 강제추행 혐의가 8건(7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의 경우도 2010년 4월 15일 이후 성범죄가 한 건만 드러나면 상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
#서지현#미투#이윤택#성추행#성폭행#상습강제추행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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