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케네디 암살 기밀문서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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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태어난 지 100년 되는 해. 매력적인 아내 재키와 백악관에 입성한 젊고 잘생긴 대통령. 그의 때 이른 죽음(1963년)과 가족사의 불행 등 극적인 전개와 결말은 지금도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소련 배후설부터 CIA 개입설까지 온갖 음모설이 나도는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기밀문서 2891건이 54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1992년 제정된 기밀해제 시한에 맞춰 26일(현지 시간)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범행 두 달 전 구소련 KGB 요원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소련 사주설에 힘이 실리는 셈. 암살 사건을 조사한 워런위원회는 1964년 “단독 범행이고 배후는 없다”고 밝혔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미국인은 거의 없다.

▷이번에도 암살 미스터리와 관련된 의혹이 말끔하게 풀릴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공개 예정이었던 기밀문서 중 일부는 공개를 미뤘다.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정보 당국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메릴린 먼로를 비롯한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고 일각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된 저명인사’로 평가받는 지도자. 그럼에도 케네디 정치유산은 만만치 않은 무게를 지닌다.

▷냉전의 한복판, 핵전쟁의 그림자가 짙어진 1960년대 초반,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졌다.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에 맞서 전쟁을 각오하고 해상 봉쇄를 결정하는 단호한 대처로 위기를 넘겼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입니다” 등의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도 제시했다. 짧은 재임 기간에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과 진취적 비전을 바탕으로 리더의 존재 이유를 각인시킨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엄중한 지금 우리에게도 케네디 리더십을 참고할 대목이 있을 터다. 작가 이병주는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나라의 통합과 미래를 꿈꿨던 케네디의 유산은 앞으로도 달빛 아래 남아 있을 듯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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