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레이디 가가의 투병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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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 투 더 퓨처’(1985년)에서 주연을 맡아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마이클 J 폭스는 당시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을 터다. 호사다마였을까. 6년 뒤 서른 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다. 한동안 술독에 빠져 스스로를 학대하고 신을 원망했으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다.

▷1998년 폭스는 투병 사실을 공개하고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도 설립했다. 가혹한 운명 앞에 무릎 꿇지 않고 파킨슨병 퇴치에 앞장섰다. 그 험난한 여정이 담긴 회고록의 제목은 ‘러키맨(Luckyman)’. 질병이 명성에 취했던 자신을 강하고 현명하게 만들어준 선물이란 점에서 자신을 ‘행운의 사나이’라고 표현했다. 폭스가 파킨슨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면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방암에 관한 인식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우리 시대의 섹시스타 졸리는 2013년 뉴욕타임스에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한 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양쪽 유방의 절제수술을 받았음을 공개했다. 그 덕분에 한국에도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최근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레이디 가가: 155cm의 도발’에서 오랜 기간 온몸에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만 약 400만 명의 환자가 있다 한다. 700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가가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병을 공개해 무엇이 도움이 되고 무엇이 힘든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를, 그래서 우리가 서로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스타는 대중문화의 울타리를 넘어 의학에도 지대한 힘을 발휘한다. 단지 한 명의 환자라도 스타의 투병 사실이 공개되면 질병의 예방과 치료법 개발에 재정적 지원과 세간의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극히 사적인 정보를 공개한 이유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는 스타들.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좌절 금지’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스타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사회공헌인 것 같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레이디 가가#앤젤리나 졸리#유방암#스타의 투병#좌절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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