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잭슨홀과 다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 서부의 옐로스톤 아래에 있는 와이오밍주의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안에는 조그만 휴양 도시인 잭슨홀(Jackson Hole)이 있다. 해발 2100m에서 1만 명 남짓 모여 사는 작은 산골 동네로 주변 지형이 움푹 파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의 조그만 공원엔 수백 개의 엘크 뿔로 만든 문이 있다. 이곳에 서식하는 엘크가 자연사하면서 남긴 뿔로 엘크 보호구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타이거 우즈, 해리슨 포드, 샌드라 불럭 등 스타들의 별장도 즐비한 곳이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이곳에 세계 40여 개국 중앙은행 총재 등 금융계 파워엘리트 150여 명이 모인다. 1978년부터 이어져 오는 ‘잭슨홀 미팅’이다. 농업이 주력인 와이오밍주에서 당초 농업학술대회로 출발한 행사였다. 그러다가 1982년 캔자스시티 연준이 낚시를 즐기는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송어가 많은 이곳에 초청한 것을 계기로 중앙은행 총재 모임으로 바뀌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2차 양적완화 정책을, 2014년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통화 완화 정책을 꺼낸 곳이다.

▷해마다 1월 중순이면 각국의 정·재계와 관계의 거물 2000여 명이 나흘 동안 지구촌의 거대 담론을 논하는 다보스포럼도 산기슭 동네인 다보스에서 열린다.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의 해발 1575m에 위치해 있다. 1971년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포럼을 창립한 후 올해가 47번째다. ‘소수 엘리트들의 기득권 잔치’라며 반(反)세계화 시위도 거세지만 소득 불평등과 글로벌 저성장, 무역 불균형,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등 지구촌의 화두를 망라해 연초부터 이목이 집중된다.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1월 중순은 강추위에 흩날리는 눈으로 휴양지에 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참석자들은 말한다. 외딴곳이어서 VIP 경호가 대도시에 비해 용이한 편이다. 잭슨홀은 서늘한 고원에 자리 잡아 여름철에 좋다. 한국에도 이보다 좋은 휴양지가 많지만, 세계적 포럼 개최는 풍광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잭슨홀 미팅#다보스 포럼#무역 불균형#글로벌 저성장#4차 산업혁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