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네이멍구와 시진핑의 ‘强軍夢’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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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이멍구(內蒙古)는 1947년 중국에서 첫 자치구로 승인됐다. 신장위구르, 티베트 자치구에 이어 3번째로 면적이 넓다. 우리에게는 황사 발원지로 귀에 익은 지명이다. 봄만 되면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모래먼지가 한반도 하늘을 침공해 온다.

▷네이멍구는 단순한 사막지대가 아니다. 중국이 우주굴기, 군사굴기의 꿈을 키우는 최전선이다. 유인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는 주취안 우주센터의 실제 발사기지도, 아시아 최대 군사훈련기지인 주르허 기지도 이곳에 있다. 지난달 30일 인민해방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이 열린 곳이 바로 주르허 기지. 미래에 대비한 합동전술 훈련을 위해 20년 전 대대적으로 정비한 곳이었다.

▷이날 열병식에는 1만2000여 명의 병력, 129대의 군용기,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최첨단 군장비가 총출동했다. 이날 선보인 것 중 40%는 처음 공개된 무기였다. 시진핑 주석은 이례적으로 얼룩덜룩한 전투복 차림으로 지프를 타고 군을 사열했고, 인민군은 ‘주석’이란 존칭을 외치며 경례했다. 군사대국의 과시와 더불어 시 주석 1인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신호다. 통상 국경절(10월 1일)을 기념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을 이번엔 왜 건군절, 그것도 굳이 머나먼 주르허 기지에서 개최했을까. 그 힌트는 칭기즈칸과 강희제를 들먹인 중국 신화통신 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주르허는 몽골말로 ‘심장’이란 의미다.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강희제가 300여 년 전 반란을 진압한 곳이자 800년 전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 출발점이 된 심장 같은 곳이다. 주르허 기지는 유라시아 원정을 위해 칭기즈칸이 출정한 곳과도 가깝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13세 때 아버지를 잃고 숱한 고난을 겪은 칭기즈칸, 그는 불굴의 의지로 변방의 유목민을 이끌고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을 뛰어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사상 첫 건군절 기념 열병식. ‘강군의 꿈(强軍夢)’을 향한 시 주석의 야심 찬 도전이 그 이면에 어른거린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네이멍구#열병식#대륙간탄도미사일#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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