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아베와 마크롱의 오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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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을 몰아낸 뒤 임금이 된 인조(仁祖)가 논어를 놓고 아침 공부를 하다 ‘부이무교(富而無驕·부유해도 교만하지 않다)’ 구절에서 멈췄다. 한 신하가 “지위가 높으면 저절로 교만해지고 녹봉이 많으면 저절로 사치스러워지는데 사람은 모두 그렇다”라고 했다. 옛날 왕들은 위로는 하늘과 조상을 두려워하고 아래로는 신하들, 심지어 백성들까지도 두려워했다고도 덧붙였다. 논어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제왕학(帝王學)에서는 오만을 큰 경계의 대상으로 삼는다.

▷파나소닉 창업자로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정재계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해 ‘마쓰시타 정경숙’을 세웠다. 한창 때는 입학도 어려웠고 교육과정도 힘겨운 것으로 유명했다. 이곳에서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지적 능력과 정신력 그리고 겸손한 자세를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곳을 나오진 않았지만 ‘총리 외조부’와 ‘외상 부친’의 정치 명문가에서 자랐던 만큼 ‘자만은 금물’이라는 말에 익숙했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24일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지지율이 26%까지 추락했다. 일본 내각제에서는 지지율이 20%대에서 반등하지 못한 대부분의 총리가 물러났다. ‘아베노믹스’로 일본 청년들의 취업 걱정을 없애 올 초까지 50∼6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던 그였다. 지지율 하락에는 친구의 대학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사학 스캔들’이 있다. 장기 집권에서 자신도 모르게 오만이 싹텄을까. “내 행적에는 한 점 어둠이 없다”는 해명을 일본 국민이 얼마나 믿어줄지 궁금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도 최근 54%로 10%포인트 급락했다. 고강도 예산 감축과 합참의장 경질 등 개혁을 이끌면서 드러낸 권위주의적 행태가 부메랑이 됐다. 그는 국방예산 감축에 반발하는 군 수뇌부를 향해 “내가 당신들의 상관이다. 어떤 압력도, 조언도 필요하지 않다”며 힘으로 찍어 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기루 같은 지지율에 취해 거칠 것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지도자들이 맞는 운명은 비슷할 것이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마크롱 지지율 하락#아베노믹스#아베 총리 지지율 하락#마크롱 권위주의적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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