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넷플릭스 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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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화사(史)에서 최초로 온라인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를 넷플릭스(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로 보았다. 영화 ‘괴물’에서 보여준 기술력을 한층 진화시킨 감독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의 ‘돈의 힘’(600억 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란 생각이다.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자체 콘텐츠 제작 파워까지 보여준 넷플릭스가 창업 20년 만에 세계 미디어 지형을 흔들고 있다. 190여 개국 가입자 1억 명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이 천문학적이다. 그 넷플릭스가 유독 한국시장에서 고전(苦戰)했는데 ‘옥자’를 시작으로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연 200억 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대형 멀티플렉스에선 영화의 혼을 강조하며 ‘옥자’ 상영을 거부하고 있지만 할리우드를 위협하는 넷플릭스의 진격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걱정이다.

▷미국은 점점 아마존(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세상이 되고 있다. ‘모든 것을 팔겠다’는 모토가 산업 곳곳에 구현되면서 ‘아마존 포비아(공포)’도 확산 중이다. 세계 최대 스포츠의류 업체 나이키의 입점은 신발 소매상들을 경악시켰고, 최대 유기농 식료품 업체 홀푸드마켓 인수는 기존 식료품 업체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회원들의 패션 스타일을 분석해 옷을 10여 개 무료로 보내준 뒤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면 반품하라는 서비스를 지난달 시작하자 패션업체들은 넋이 나간 모습이다. 미국 쇼핑 문화의 상징인 쇼핑몰이 5년 내 25%가 폐업할 것이란 보고도 있다.

▷극장과 쇼핑몰의 몰락은 4차 산업혁명으로 바뀌고 있는 기득권 산업질서의 재편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에 ‘날아다니는 차’까지 나오는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요즘 기업 오너들 입에서 “위기의식이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한국은 ‘패스트 무버’는커녕 ‘패스트 팔로어’ 자리마저 유지할 수 있을까. 이대로 눌러앉아 있다가는 미래가 없다는 걸 알긴 알겠는데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넷플릭스#옥자#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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