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텀블러 폭탄과 투명 망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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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 주인공(스칼릿 조핸슨)이 건물들 사이 물이 잔뜩 고인 웅덩이에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순간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주인공이 발을 딛는 곳마다 물이 사방으로 튀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투명 슈트 덕분이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마법 도구 중 단연 최고는 ‘투명 망토’다. ‘투명’이라는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시도가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메타 물질’ 개발이 그것이다.

▷메타 물질은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굴절시켜 물체를 휘어져 지나가게 해 빛이 물체를 통과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잠수함에 코팅하면 음파를 통과해 탐지가 어렵고 콘서트홀 기둥에 바르면 소리를 통과시켜 멀리서도 웅장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구현된 ‘투명 비행선’도 가능하다. 13일 연세대 텀블러 폭발물 테러 피해자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는 2014년 미국 연구진과 함께 고성능 투명 망토를 실험적으로 구현해 관심을 끌었다.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택배 위장’ 폭발물 범죄라는 점에서, 명문대 공대 대학원생이 스승을 표적 공격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제자 김모 씨는 4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 테러에서 영감을 받아 ‘못 폭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슬람국가(IS)도 애용하는 종류다. 김 씨는 알리바이를 위해 연구실 3D프린터까지 켜놓고 귀가하고 텀블러도 김 교수 것을 가져다 썼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며 김 씨를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대학가 익명 게시판에는 “교수들 패악질 생각하면 폭탄 맞아도 싸다” “나도 교수 죽이고 싶을 때가 있었다”며 ‘교수 갑질’ 폭로가 한창이다. 범행 동기가 무엇이든 중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더구나 폭발물 사용죄 형량은 하한이 징역 7년, 상한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일반 살인죄보다 높다. 테러를 옹호하는 말들이 떠도는 것 자체가 사제 폭탄 무방비와 함께 공동체를 위협하는 또 다른 심각한 위협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공각기동대#투명 망토#텀블러 폭탄#연세대 텀블러 폭발물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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