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지구촌 걱정거리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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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사회학자 마셜 매클루언(1911∼1980)은 1960년대에 이미 TV 등 미디어와 통신,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작아지고,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세상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1962년 출간한 ‘구텐베르크 은하: 인쇄 인간의 탄생’에서 처음 쓴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말은 당시엔 혁명적인 개념이었다. 매클루언은 지구촌이 한 마을처럼 동질적이고, 평화로울 것으로 보진 않았다. 오히려 여러 상황 때문에 분열이 늘어나는 ‘극대화된 불일치’의 세상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1984년 내전에 시달리던 에티오피아에 극심한 기근이 닥쳤다. 생지옥 같은 참상을 접한 미국의 마이클 잭슨, 라이어널 리치 등 팝스타들은 깊은 연민을 느꼈다. 구호를 위해 신디 로퍼, 다이애나 로스 등 40여 명의 쟁쟁한 뮤지션을 동참시켜 ‘위 아 더 월드’라는 불후의 명곡을 만들었다. 1985년 발매된 음반은 세계적으로 2000만 장 이상 팔렸고 수익금은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쓰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단번에 지구촌의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세계 195개국의 합의를 미국 굴뚝산업 보호를 위해 내팽개쳤으니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전쟁 학살 등의 범죄가 아닌데도 일국의 정치 지도자가, 그것도 미국 대통령이 세계적으로 공분을 사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도전자가 없던 영광의 시대를 되살리고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지만 오히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만 흔들리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리를 두고 있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 질서의 지각 변동도 점쳐진다. 도무지 합리적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을 보는 지구촌의 심경은 마냥 복잡하다. 1980년대 개그맨 김병조의 유행어처럼 “지구를 떠나거라∼”라고 할 수도 없고….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도널드 트럼프#트럼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미국 우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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