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범 기업’ 스티커 같은 감정 대응, 克日의 길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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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가 도내 초중고교가 사용하는 일제 비품에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라는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는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의원 27명이 발의했고 이 중 25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전범기업 284곳은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기업’ 명단을 근거로 했다고 한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경기도교육감이 도내 초중고교 4700여 곳의 보유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매년 공개하며 20만 원이 넘는 제품에는 ‘전범기업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각급 학교의 캠코더, 빔 프로젝터, 복사기 중 니콘 파나소닉 히타치 도시바 제품 등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서도 전범기업과 수의계약을 하지 않도록 서울시장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문제로 삼는 전범기업이란 일제 때 한국인들에 대해 강제동원을 했던 기업을 말한다. 경기도의회는 조례안 추진 이유로 “자라나는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확립하고 교직원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거나 “우리 민족을 착취하고도 사과가 없는 전범기업들을 교육하자는 취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이성보다 감정에 의존하는 ‘낙인찍기’부터 가르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극도로 악화된 일본 내 여론을 자극하고 통상마찰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무역 규모 10위권을 넘나드는, 교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한국과 일본의 산업구조는 상호의존적이어서 한쪽을 배제하면 다른 한쪽도 성립하기 어렵다. 가령 한국의 핵심 수출업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은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상당수 공급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730만 명을 넘을 만큼 인적 교류도 밀접하다. 일본을 넘어서려면 일본보다 미래지향적 발상을 가져야 한다. 감정적이고 좁은 접근법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할 때다.
#일본 전범기업#일제 강제징용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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