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정책 전면에 나서는 靑 실장, ‘제2의 장하성’은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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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그동안 역할이 미미했던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경제관계장관회의와 비견할 만큼 활성화하고 두 관계장관회의의 조율을 김수현 신임 대통령정책실장에게 맡길 방침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실장을 임명하면서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통합적 운영’을 주문한 것과 맞물려 사회-경제 총괄 조율자로서 김 실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은 내년 초 나올 ‘포용국가 3개년 계획’ 수립도 지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11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사회-경제 통합 운영’ 지시를 전하며 “경제 쪽은 부총리에게 힘을 확실히 실어주라는 의미다. 더는 ‘투 톱’ 같은 말이 안 나오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회관계장관회의 활성화 구상이 포용국가 정책기조의 세 축(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겐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에만 주력하도록 하고, 사회정책과 맞물린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김 실장이 주도하도록 맡기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그것이 유은혜 사회부총리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이 아니라 사실상 김 실장이 사회정책까지 주도하게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김 실장은 사회수석비서관 시절부터 부동산, 탈원전 등 논란 많은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왕(王) 수석’으로 불렸다. 김 실장이 사회정책까지 아우르게 되면 그의 영향력은 전임 장하성 실장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장 전 실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잦은 불협화음을 빚어 ‘누가 경제사령탑이냐’는 논란을 불렀다. 김 실장의 커지는 역할이 장 전 실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유다.

경제와 사회 두 부총리가 의장을 맡는 두 관계장관회의 운영 규정 어디에도 구성원으로 대통령정책실장은 언급돼 있지 않다. 정책실장 자체가 정부조직법에도 없는,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편법적인 ‘장관급 비서’ 자리일 뿐이다. 내각 위의 ‘왕 실장’은 있을 수 없다. 언제까지 청와대 비서들이 국정을 도맡는 ‘청와대 정부’로 운영할 것인가. 국정의 중심을 내각과 장관에 두고, 국무총리와 경제-사회 두 부총리가 제 역할을 하는 책임정부가 돼야 한다.
#김수현#장하성#청와대#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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