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색 홍남기·이념 김수현, 경제 살리기 적임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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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청와대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정책실장을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으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새 경제팀은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원톱’ 체제로 갈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보좌해온 홍남기 후보자를 경제 수장으로 두고 총리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는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주로 예산 분야에서 일해 왔으며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이지만, 무색무취하다는 평도 듣는다. 김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부동산 문제에 깊숙이 관여한 대선 캠프 출신이다. 부동산, 탈원전, 교육문제를 주도해 ‘왕수석’으로 불린 실세지만 경제 전반을 거시적으로 보는 능력은 검증된 바가 없다.

김동연 부총리-장하성 정책실장 조합의 1기 경제팀 아래서 규제 완화는 여당과 현 정부 지지 세력에 가로막히고, 소득주도성장은 고용 참사와 분배 악화만 초래했다. 여기에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간 갈등까지 겹쳐 정책의 불확실성만 증폭됐다. 이번에도 이념 성향이 강한 경제 비전문가를 정책실장에 기용함으로써 정책 기조의 변화에는 선을 그어 시장과 재계는 벌써부터 우려를 나타낸다. 새 경제팀은 1기 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점검부터 하고, 기업과 현장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새 경제팀 앞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이후 최악의 고용사정과 제조업 부진으로 경제의 성장 동력마저 잠식당한 악재들이 놓여 있다. 청와대가 정책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정리했지만 사실상 주요 정책과 방향은 청와대가 결정하고 경제부총리가 이를 실행하는 식이 될 소지가 있다.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국정이 청와대 주도로 운영되는 것은 곤란하다. 이 총리가 중심을 잡아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 청와대,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함께 이룬 결과물이 대기업집단에 집중됐고, 종소기업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며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가 무너졌으며 이 과정에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공정경제’의 추진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3대 정책 축의 하나로 새 경제팀에 분명하게 주문한 것이다. 당장 기업들이 난색을 표하는 협력이익공유제 같은 새로운 규제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새 경제팀은 한국 경제가 처한 생산·투자·성장의 위기부터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부터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공정경제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실현해야 할 과제이지만, 경제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기업 압박은 일자리 절벽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만 클 수 있다.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살리려면 사람만 바꿔선 안 되고 정책 기조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경제 정책에서만은 이념을 배제하고 실사구시를 실천해야 경제 회복도 가능할 것이다.
#홍남기#김수현#경제부총리#대통령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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