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수라장 된 한국당… 미래 안 보이는 제1야당의 현주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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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가 12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박찬종 변호사,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 전희경 김성원 의원 등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 열린 의원총회는 이 당이 얼마나 희망이 없는 당인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비대위의 역할과 권한, 인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였지만 인신공격성 발언과 고성으로 얼룩진 난장판 그 자체였다.

당의 재건을 위한 비대위원장 인선이나 혁신방안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시작부터 심재철 의원은 “지방선거 폭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거취 문제를 꺼냈다. 반격에 나선 김 대행은 심 의원을 겨냥해 “2013년 본회의장에서 여성 누드사진을 보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노출됐을 때 막아주지 않았느냐” 등 잔류파 의원들의 불미스러운 ‘과거’를 들춰냈다. 김 대행은 “당의 혜택을 받아 국회부의장을 하면서 특수활동비를 받았는데 밥 한 번 산 적이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의총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일부 의원들은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게 112석 제1야당의 현주소다.

6·13지방선거의 참패로 한국당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어제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은 6석의 정의당과 같은 10% 지지율을 얻었을 뿐이다. 궤멸적 패배를 당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한국당은 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긴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김 대행과 잔류파 의원들은 어제까지도 낯부끄러운 말싸움을 이어갔다. 쓰러져가는 당의 내부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죽기 살기로 집안싸움만 벌이는 모양새다.

이래선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어도 당을 살려낼 수 없다. 지금 한국당엔 ‘나는 죽을 수 없다’는 생존본능만 팽배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인적쇄신 등을 추진해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 의원들이 보수 정치의 전락에 대한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남 탓에 앞서 어떤 자기희생을 보일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제1야당#6·13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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