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風 타고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치닫는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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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어제 실시된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일본 NHK는 22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석을 합할 경우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465석 중 310석)을 확보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베 총리가 역대 최장수 총리에 등극할 것이란 관측도 벌써부터 나온다.

아베 총리는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재단 대학에 학부 신설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학 스캔들’에 휘말려 7월엔 내각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인 20%대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안보 위기론이 확산되고 지지율 50%대를 회복하자 내년 12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중의원을 해산하는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거 내내 “일본의 평화와 행복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묻는 선거”라며 연설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북핵 위기를 국정 장악력 강화, 정권 연장의 호재로 삼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육해공군이나 여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 규정을 고쳐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자위대는 북한 사태 개입을 빌미로 한반도 문제에도 간여할 수 있게 된다.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총리는 북풍(北風)을 타고 우경화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이다. 아베는 극우적 국가관을 감춘 적이 없다. 그럼에도 현재 미일 정상 관계는 ‘찰떡궁합’이란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뒷배’ 삼고 북한을 핑계 삼아 군국주의로 달려가는 아베의 폭주를 막으면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숙제다. 일본 내 양심세력과 국제 여론을 겨냥한 끈질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아베 신조#자민당 중의원 총선거#사학 스캔들#우경화#아베의 극우적 국가관#한미일 안보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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