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세무조사’ 악습, 이제부터 사라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9일 00시 00분


코멘트
국세청이 과거 논란이 됐던 세무조사가 실제 정치적 중립을 지켰는지 외부 전문가와 점검하기로 했다고 17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소장을 지낸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하고 서대원 국세청 차장을 부단장으로 한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가 과거 정부의 세무조사를 건수와 기한에 제한 없이 평가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정치적 조사를 없애 조세정의를 이루는 것이 TF가 내세운 목표다.

박정희 전두환 정부 등 권위주의 정권 때 세무조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기업의 팔을 비튼 사례가 많았고 그 악습이 보수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무리한 세무조사로 기업의 탄식을 자아냈다. 진보 정권인 김대중 정부 때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판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했다. 개혁 TF가 기한과 건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세무조사가 정권에 이용되는 것은 자의적인 조사가 가능할 정도로 우리 법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평과세를 위한 최소한의 조사만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실제로는 탈루 혐의가 있다고 국세청이 판단하면 조사권을 쉽게 발동할 수 있다. 복잡하고 애매한 세법 체계하에서 국세청의 해석에 기업의 존망이 달린 경우가 많다. 4∼5년 주기의 정기조사와 수시로 하는 기획조사가 기업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많지만 어느 정부도 세무조사에 제동을 걸지 않았고 되레 권력이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썼다.

기업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세금행정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제도와 현실의 틈이 벌어지면서 세무 비리와 세무조사의 정치적 악용 소지도 덩달아 커졌다. 국세청이 굳이 개혁 TF를 가동하겠다면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기획재정부와 함께 세무조사의 근거를 더 구체화하는 세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세청에서 일한 26년 중 22년 이상 조사 관련 업무를 하며 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지낸 ‘조사통’이다. 세무조사의 실태를 가장 잘 아는 그가 TF 활동이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부터라도 과거의 관행을 끊고 기업을 표적 삼아 정치적으로 보복하는 세무조사를 근절한다면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국세청#세무조사#정치 세무조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