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재계도 반대하는 한미 FTA 재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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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 오버비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이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균형 잡힌 협정으로 잘 작동하는 만큼 한미 FTA 개정 협상이 협정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 상의는 미국 내 300만 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단체이고 오버비 부회장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를 지낸 지한파다. 한미 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미국 재계에서 나온 한미 FTA에 대한 우호적인 목소리가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오버비 부회장의 발언은 한미 FTA를 ‘끔찍한 거래’라고 깎아내려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협정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미국 기업인들이 FTA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FTA 발효 이후 5년 동안 세계 교역은 연평균 2.0% 감소했지만 양국 간 교역은 1.7% 늘었다. 미국 기업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협정 전 8.5%에서 10.6%로 높아졌고 한국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협정 발효 전보다 60%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하는 대한(對韓) 무역적자는 경기가 살아난 미국 소비자가 한국 제품을 많이 소비한 반면 경기침체를 겪은 한국의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지 협정이 불공평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 재계가 실제 협상장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양보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규제의 일관성, 공정한 경쟁 환경을 강조하는 오버비 부회장의 발언에서 미국 기업도 협정 개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6∼20일 미국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시작되면서 미국발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국면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 테이블도 국익을 건 전쟁터가 될 것이다. 미국 재계를 자유무역의 동반자로서 인정하되 협상에서는 서비스무역 적자 축소방안을 주장하는 등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태미 오버비#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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