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산 안심하라”더니 국내서도 터진 살충제 계란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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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항생제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경기 남양주와 광주의 닭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기준치의 1.5∼1.8배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어제 밝혔다. 특히 피프로닐은 사람의 간과 갑상샘, 신장 등에 해를 줄 수 있는 독성 살충제로 닭 농가의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진드기 퇴치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닭이 빽빽하게 들어찬 양계장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돼왔다. 그 결과 살충제가 닭의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혈액 속으로 들어가 닭이 낳는 계란까지 오염시킨 것이다.

농식품부는 어제 전국 계란 출하를 일시 중단하고 3일 동안 전국 1456개 닭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안전성이 확인된 계란에 한해 16일부터 평소 유통량의 25% 정도가 시장에 나온다지만 이미 남양주 농가에서만 하루 2만5000개씩 계란이 출하돼 소비자의 불안이 커졌다.

살충제 계란 파문은 이달 1일 유럽에서 처음 시작됐다. 벨기에 업체가 네덜란드에 금지된 살충제를 팔았고 네덜란드 농가에서 출하된 살충제 달걀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으로 유통되면서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런데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검사 결과만을 근거로 아무 문제 아니라는 반응으로 일관해왔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0일 “국내산 달걀은 안심해도 된다”고 확언까지 했다. 농식품부는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유럽산 달걀은 안전한 스페인산이라고 했지만 정작 사고는 국내 농가에서 터졌다.

이번 사태는 우리의 식품안전정책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은 애초에 닭에 사용하라고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어서 우리 내부의 잔류기준 자체가 없다. 이번에도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사태가 커지자 국제 잔류농약기준인 코덱스를 기준으로 안전성을 검증하면서 검출된 것이다. 국제 이슈가 아니었다면 국내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식품 가운데 이런 식으로 안전에 구멍이 뚫린 것이 달걀뿐이겠나.

식품의 안전성은 한 나라의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내용에 ‘먹거리 안전 국가책임제’를 넣은 것도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신뢰가 국가의 의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생산, 유통, 소비 단계가 길고 광범위한 식품 안전은 어느 한 부처의 일이 아니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해야 소비자, 농가, 유통업체로 피해가 확산되는 경로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
#살충제 계란#식품 안정성#먹거리 안전 국가책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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