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대사관 앞 反美시위, 최소한의 국가관도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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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20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8·15 범국민평화행동추진위원회’는 광복절인 오늘 오후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주한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을 동시에 에워싸는 인간띠잇기 행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이 대사관 앞쪽 행진만 허가하고 뒤쪽 행진을 금지하자 주최 측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의 기각으로 대사관 앞에서만 시위가 이루어지게 됐지만, 이런 안보 위기 속에서 한미일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마당에 대사관 앞에까지 가서 시위를 벌인다는 사람들이 있다니 한심하고 기막히다.

주최 측은 4일 기자회견에서 “미일 전쟁패권세력과 주권 평화를 내팽개친 사대굴종세력에 맞서 적극적인 평화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미국의 대북제재 압박정책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 한일 군사협정 위안부합의 파기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군사훈련과 대북 압박정책 중단은 북한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 철회는 북한은 물론 중국도 원하는 바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대사관 앞에 몰려가 친북·친중 시위를 벌이겠다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국가관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6월에도 3000여 명이 인간띠를 만들어 미 대사관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19분 동안 대사관을 둘러싸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미국대사관은 “주재국이 공관 지역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한 빈 협약 위반”이라며 우리 외교부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번에는 일본대사관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워싱턴과 도쿄에 있는 우리 대사관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과 일본 조야(朝野)가 자국 대사관 앞에서 반미 반일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의 위기 상황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협조할 생각이 들지 걱정이 앞선다.
#민주노총#사드 배치 반대#미국대사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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