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대강 사업은 적폐’ 결론 내려놓은 감사 공정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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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실시하고 6월부터 녹조 발생 우려가 큰 낙동강 고령보 등 6개 보를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인 4월 서울 유세에서 “대통령이 되면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비리, 방산 비리, 자원외교 비리도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으면 환수하겠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보고 재조사를 예고한 것이다.

여름철을 앞두고 일부 보를 상시 개방하거나 수질 수량 통합관리를 결정한 것은 환경보호에 대한 정권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이런 조치로 4대강 녹조 발생을 막고 민관합동조사평가단과 자문위원회를 꾸려 1년간 보 개방의 영향을 평가해 보 철거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4대강 사업은 추진하는 데만도 22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었지만 이를 철거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원상태로 복원도 불가능해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역대 어떤 국책사업도 4대강처럼 많이 감사를 당한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11년 1월 감사원은 1차 감사를 벌여 “4대강 사업이 홍수관리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발표된 2차 감사에서는 “보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내놨다. 2013년 7월 3차 감사에서는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고 지적해 정권 입맛에 맞는 맞춤형 감사결과를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1∼3차 모두 정책감사로 진행됐으며 이번에 하면 네 번째 감사다.

더구나 이번처럼 대통령이 감사를 사실상 지시한 적은 없었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4대강에 대한 감사는 지시가 아니라 요청이라고 주장했지만 감사원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직접 감사를 지시하거나 요청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어 감사원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제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고 환경부 역시 수질과 수생태계 문제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환경영향평가 등을 개발사업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감사 가이드라인까지 준 셈이니 이래서야 어떤 결론이 나와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사라고 할 수 있겠나.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 및 가뭄 극복, 수자원 확보, 자전거길 등 관광 레저 측면에서 일정한 효과를 거둔 건 사실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4대강 사업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충남 서부지역의 가뭄 극복을 위해 4대강 보의 물을 끌어다 쓰는 도수로 공사를 시작했다. 반면 일부 구간에서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발생하고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과거에 없던 큰빗이끼벌레가 생기는 등 물 생태계가 훼손됐다. 이런 공과를 균형 있게 보지 못하고 한 측면만 부각시켜 사업 자체를 적폐로 규정하는 건 보수 정권 지우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크다. 굳이 또다시 감사를 해야겠다면 정책감사 취지에 맞게 정책결정 과정에서 부처 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지, 과거 정권에 대한 보복이 돼선 공감을 얻기 어렵다.
#문재인#이명박 4대강 사업#4대강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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