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4명이 광역버스 669대 관리… 수도권 전체 25% 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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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12> ‘아웃 광주’ 광역버스 실태

9301번과 9302번, 9303번 광역버스는 경기 하남시에서 각각 서울역과 잠실, 강남을 오간다. 모두 하남 검단산 근처 차고지에서 출발한다. 승객 대부분은 하남시민이다. 이 중 9301번은 오전 2시를 넘겨서도 서울역에서 탈 수 있다. 서울 도심을 거치며 사실상 24시간 운행한다. 버스 운전사의 업무강도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승객이 민원을 제기해도 하남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해당 버스회사의 본사가 경기 광주시에 있기 때문이다.

9301번과 같은 광역버스를 운수업계에서는 ‘아웃(out) 광주’라고 부른다. 광주에서 노선 면허를 받고도 광주시 바깥(out)에서만 운행한다는 의미다. 올 1월 기준 수도권에는 ‘아웃 광주’ 노선이 40개, 버스가 527대에 이른다. 전체 광역버스의 5분의 1이다. 이 버스들은 광주시와 관련 없는 노선이지만 광주시 버스행정팀 직원 4명이 모두 관리한다.

○ 불합리한 규정에 광주시 ‘비명’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는 광역급행(M버스)과 직행좌석(G버스·일명 빨간버스)을 비롯해 35개 노선, 545대의 광역버스가 지난다. 이 중 3분의 1인 10개 노선이 이른바 ‘아웃 광주’ 버스다. 정작 광주시를 거치는 노선은 하나도 없다.

광주시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KD운송그룹 계열인 경기고속과 대원고속 본사가 있다. 광주시가 관리하는 모든 광역버스가 두 회사 소속이다. 하지만 차고지는 제각각이다. 수원과 성남, 용인시는 물론 광주에서 70km가량 떨어진 고양시에도 있다.

M버스의 경우 광주시가 담당하는 건 12개다. 고양 남양주 화성 등 6개 지역에서 출발하는데 역시 광주시를 지나는 건 1개도 없다. 결국 경기도 인구의 2%(33만 명)에 맞게 구성된 광주시가 사실상 수도권 광역버스 행정의 상당수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광주시 버스행정팀 직원이 광주시민과 상관없는 곳으로 ‘원정 감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광주시의 버스행정은 ‘과부하’ 상태다. 경기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광주시가 처리한 교통민원은 4112건으로 경기도 전체의 8.9%였다. 인구 1000명당 12.7건으로 인구 100만 명을 넘는 수원을 앞서 경기도에서 가장 많았다. 양홍운 광주시 버스행정팀 주무관은 “하루에 경기도 전역에서 들어오는 버스 민원만 50∼60건에 달한다”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아웃 광주’ 버스가 경기도 전역을 누비는 건 22년간 계속된 ‘관행’ 때문이다. 수도권 광역버스는 국토교통부가 M버스를,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직행좌석 노선을 결정해 허가한다. 하지만 안전과 같은 관리감독은 시군구(기초지방자치단체)가 대신한다. 중앙에서 지역마다 다양한 버스 운행 실태의 모든 걸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경기도는 ‘면허를 발급하는 지자체’에 관리감독 권한을 넘겼다. 면허는 운수업체의 본사가 있는 지자체가 발급한다. 임소일 경기도 광역버스팀장은 “현행 규정대로라면 면허권을 갖고 있는 광주시가 모든 관리 감독과 민원 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관행’이다. 운행 지역, 차고지와 같은 실제 운행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본사 소재지에 떠넘긴 것이다. 이 관행은 1995년 수도권 광역버스가 처음 선보일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전세버스와 화물차가 각각 차고지 소재지와 교통안전공단으로 관리 주체가 명확한 것과 달리 법적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생긴 문제다.

수도권 광역버스의 노선 확대와 함께 광주시의 부담은 커졌다. 광주시는 국토부와 경기도에 ‘차고지 소재지’로 관리 지역 기준을 바꿔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

○ ‘본사 기준’ 안 바꾸면 백약이 무효

정부는 지난달 수도권 광역버스 안전대책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도심 회차지 운전사 휴식공간 마련’ ‘운전사 휴식시간 10시간 확대’ 등이다. 지금 규정대로라면 광주시가 맡아야 할 부담만 더욱 커지는 셈이다. 안강기 한국교통연구원 광역교통평가센터장은 “불합리한 ‘아웃 광주’ 실태가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광역버스는 실질적으로 노선이 운행하는 지역에서 관리감독을 해야 안전대책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상위법에 광역버스 관리감독 주체를 ‘차고지 기준’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은 “미비한 입법으로 광역버스에 대한 실질적이고 상시적인 관리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광역버스 관리감독을 할 수 있도록 지역 기준을 ‘차고지’로 명확히 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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