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나만의 ‘인강 캠퍼스’를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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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인터넷 강의(인강)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인강은 중고교생만이 듣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에게 이 같은 질문을 하게 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다고 할 것이다. 최근 기업 내부 교육으로 인강이 많이 쓰이기도 하고, 심지어 이를 기반으로 시험을 통과하게끔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이번엔 질문을 살짝 바꿔보자. “내 돈을 내고 인강을 신청해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어렵게 번 돈을 아껴 인터넷에서 카드를 긁고 들어본 인강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온라인에 무료로 떠 있는 동영상이 아닌, 내가 배우고 싶은 주제가 있어서 인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평가도 읽어보고 결국 등록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지?

나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돈을 내고 인강을 듣는 편이다. 왜 돈을 내고 듣냐고? 인터넷에 워낙 많은 공짜 강의가 있지만 유료 강의는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선별한 강사들을 골라서 놓는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유튜브에 들어가면 세계적인 석학들의 좋은 공짜 강의들이 많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내고 인강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유료 강의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동일한 유명 강사의 공짜 강의와 유료 강의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야 소비자 입장에서도 같은 강사의 강의를 돈을 내고 듣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유료 강의들은 강의노트를 정리해서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강의를 듣고,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똑같은 주제라 하더라도 유료 강의에서는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강사에게 직접 문의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유료 강의를 수강하는 데는 심리학적 이유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투자했을 때, 강의에 더 개입하게 돼 무엇이라도 얻어내려고 애를 쓰게 돼 있다. 공짜로 강의를 들을 때는 건성으로 듣는다면, 자기의 돈을 내고 듣는 강의에서는 좀 더 집중해서 뭐라도 내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자기 돈을 허투루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내가 들어본 유료 인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부담 없고 저렴한 인강이다. 예를 들어 나는 영어 독해에서부터 살림 및 경제 분야 등 여러 인강을 들어보았다. 가격은 1만 원에서 조금 더 비싼 것까지 다양하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내용이 꼭 부실하지는 않았다. 물론 동영상 편집 등에서 세련미가 떨어지거나 제공되는 교재가 없거나 하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는 외국어 학습을 위한 인강도 들어보고 싶다.

둘째, 다소 고가의 인강이다. 내가 들어본 것은 외국에서 만든 강의였는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인 맬컴 글래드웰이 글쓰기를 강연하는 것과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허비 행콕이 재즈를 가르치는 과목이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가르치는 경제학 강의도 있지만 아직은 들어보지 않았다. 영어로 진행되는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잘 정리된 노트도 제공받고, 강연자들에게 질문이나 피드백을 전달할 수도 있었다.

셋째,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인강이다. 때로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어떤 도구를 배워야 할 때,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모여 강사의 강의를 듣는 경우가 있다. 내가 들었던 것 중에는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들었던 인강이 있었는데, 이는 실시간으로 인터넷 전화로 연결하여 여러 나라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토론을 했으며, 내가 제출한 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정기적으로 담당 교수와 일대일 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했었다.

이 밖에도 무료 강의이지만 구글이 세계적인 대가들을 초대해 1시간 넘게 진행하는 ‘토크스 앳 구글(talks at google)’ 혹은 ‘리딩 앳 구글(leading at google)’도 즐겨 듣는다. 15분 내외의 짧은 강연도 좋지만,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긴 시간의 강연을 들어보는 것도 좋았다.

나만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그 분야 대가들이 진행하는 강연들을 모아 나만의 ‘인강 캠퍼스’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나만의 커리큘럼을 짜서 하나씩 배워보는 것은 재미난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인터넷 강의#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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