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겨울올림픽 삼키는 지구 온난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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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지난해 평창에서 열린 겨울올림픽은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중에서도 히어로 캐릭터인 ‘아이언맨’ 마스크를 쓰고 금빛 질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윤성빈 선수의 모습은 백미(白眉)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햇빛을 등지고 바람을 가르며 얼음을 지치는 모습을 국내에서는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 기후 변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위기가 겨울 스포츠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캐나다 워털루대의 대니얼 스콧 교수가 밝힌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다. 그는 역대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20개 도시 가운데 11곳이 2050년 이후로는 겨울올림픽을 유치할 수 없을 것이고 2080년에는 14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겨울 스포츠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로 유발되는 지구 온난화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점점 높아지면서 눈이 적게 내리는 데다 내린 눈마저 높아진 기온에 예전보다 더 빨리 녹는다. 겨울 스포츠의 위기가 겨울올림픽과 같은 특정 기간에 열리는 대회에 국한된다면 인공눈 등을 통해 비용이 들더라도 해결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1950년대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도시들의 2월 평균 기온은 0.4도였지만 1990년대 3.1도로 높아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7.8도로 상승했다.

국내 상황은 기온 상승보다 눈이 오지 않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강원 지역 적설 일수는 춘천 2일, 강릉 1일에 불과하다. 지난 30년간 춘천은 7.4일, 강릉은 3.5일 눈이 왔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적설량 역시 춘천 4.2cm, 강릉 3.5cm로 30년 평균인 춘천 24.1cm, 강릉 37.5cm에 턱없이 못 미친다. 아예 녹아내릴 눈이 없는 것이다.

이런 환경 변화에 스키장들은 십여 년 전부터 인공눈을 뿌려 슬로프를 유지하거나 실내 스키장 건설로 방향을 돌렸다. 모두 지구 온난화에 날씨 경영으로 해법을 찾은 사례들이지만 근본적으로 날씨가 안 따라준다면 겨울 스포츠를 위한 인위적인 환경 조성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구 온난화는 최근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과 적도지방의 기온 차가 줄어들면서 대기의 흐름을 둔화시키고 있다. 대기 흐름의 둔화는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인 대기 정체로 이어진다. 지난해 미세먼지로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된 사례는 지구 온난화를 방치할 시 겨울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야외 스포츠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 사건이다.

지금까지는 비용 문제 탓에 지구 온난화를 아픈 손가락 취급했지만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때가 됐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지구 온난화#겨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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