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저비용항공의 힘, 날씨에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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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2005년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저비용항공사(LC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던 국내 항공 시장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불과 13년 만에 제주항공부터 막내 격인 에어서울까지 6개 저비용항공사가 대한민국 하늘을 누비고 있다. 이렇게 저비용항공사는 짧은 시간에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국토부의 신규 저비용항공사 면허 발급이 가시화되고 해외 저비용항공사들의 국내 시장 도전도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면서 생존을 위한 효율성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업계는 생존을 위한 싸움을 앞두고 항공료 인하나 효율 좋은 신규 항공기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날씨’라는 항공업계의 전통적 고민거리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25일 김해공항에 저시정 경보가 내려졌고 26일에는 김포와 청주, 광주, 사천 등 4개 공항에도 저시정 경보가 내려져 항공기 운항 지연과 결항이 속출했다. 저시정 경보가 내려졌던 김해공항의 경우는 가시거리가 불과 100m도 안 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안개와 뇌전, 대설, 강수 등으로 인해 발효되는 저시정 경보는 발령 즉시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지돼 고객 불편은 물론 항공사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더욱이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안개와 미세먼지가 합쳐져 저시정 경보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저비용항공업계는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일반적으로 전체 스케줄에서 1∼5%가량을 계획대로 운항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스케줄대로 운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위의 사례처럼 날씨가 대부분이며 그 비율이 80∼90%에 육박한다. 날씨가 곧 저비용항공업계의 효율을 무너뜨리고 생존을 위협하는 최고 위험 요소인 셈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업계에서는 E항공이 날씨 경영을 활용한 효율적인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E항공은 실시간 기상정보를 이용한 항공기 운항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항공기 운항에서 기상정보를 상시 활용하고 있다. E항공사의 2016년 사례를 살펴봤다. E항공은 2016년 한 해에만 태풍이나 저시정 경보로 인한 운항 취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체 항공기 운항시스템을 활용해 스케줄 변경, 우회 항로 비행 등의 전사적 조처를 했다. 그 결과 300여 편의 추가 운항을 기록하며 업계 대비 0.3∼0.9% 높은 운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날씨 정보를 바탕으로 한 E항공의 날씨경영은 효율과 안전뿐 아니라 고객과의 약속인 운항 스케줄 변경을 줄일 수 있게 해 브랜드 신뢰도 상승과 더불어 고객 증가라는 가장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왔다. 기존 저비용항공업계가 내세운 경쟁력 강화 방안들 대부분이 항공료 가격에 주목한 것을 고려하면 날씨를 활용한 E항공의 시도는 경쟁력과 신뢰 둘 다 잡을 수 있었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무작정 가격 인하를 통한 경쟁이나 신규 항공기 도입도 좋지만 날씨경영을 통한 근본적인 효율 확보가 저비용항공사 생존의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저비용항공업계는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저비용항공사#lcc#저가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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