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잦은 ‘마의 지방도로’ 싹 고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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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14>정부, 보행자 안전대책 대폭 강화

차량 속도를 시속 30km 미만으로 제한하고 대형차의 진입을 막은 호주의 시드니 보행자 우선도로. 시드니=서형석 기자 skytree@donga.com
차량 속도를 시속 30km 미만으로 제한하고 대형차의 진입을 막은 호주의 시드니 보행자 우선도로. 시드니=서형석 기자 skytree@donga.com
지난해 국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 가운데 77%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전체 도로(총길이 기준) 가운데 83%를 차지하는 지자체 관리도로에서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내년부터 지자체 관리도로에 대한 안전개선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인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566억 원을 투입해 전국 지자체 관리도로 중 교통사고가 빈번하거나 발생 우려가 큰 858곳의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올해에는 230억 원을 들여 331곳을 개선하고 있다. 예산과 사업 대상 지점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이 지점들에는 회전교차로 설치, 교통안전 시설물 개선 사업 등이 실시된다. 정부가 고속도로, 국도 등 국가도로가 아닌 지자체 도로에 전년보다 2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 고령자·보행자 보호 사업 확대

먼저 보행자 안전을 위한 사업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351곳에 방호울타리, 과속방지턱을 마련하면서 보행자 보호 사업을 지속한다. 특히 노인 보호구역과 보행자 우선도로 조성 사업은 이번에 처음으로 정부 예산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했던 것을 정부정책에 포함한 것이다. 행안부는 만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의 통행이 잦은 곳을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이 가운데 40곳에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일방통행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시설과 도로 운영을 보완하기로 했다.

보도와 차도가 분리돼 있지 않아 보행자가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도로들도 개선된다. 지난해 이런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인원은 3596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85.9%나 됐다. 행안부는 보행이 잦은 27곳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해 미끄럼 등을 방지하는 보행 친화적 노면 포장, 안전표지판 설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행 시속 60km인 차량의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30km 이하로 낮춘다. 주택가와 시장처럼 보행자가 많이 드나드는 지역 18곳은 ‘보행환경 개선지구’로 지정해 구역 단위의 종합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간 교통사고가 5건(특별·광역시), 3건(시도) 이상 발생한 교통사고 다발지점은 중점 관리된다. 행안부는 이 가운데 351곳에 중앙분리대 등 교통안전시설을 설치·정비하거나 노면표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방향별 주행 유도선이 지자체 관할의 일반도로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신호등이 없어 교통사고 우려가 높은 교차로 71곳은 회전교차로로 시설을 바꿀 방침이다.

○ 지자체 성공 사례 적극 공유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방자치단체 교통안전 담당자들에게 교통사고 사망자 감축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방자치단체 교통안전 담당자들에게 교통사고 사망자 감축 국정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행안부는 각 지자체가 벌여온 교통안전 개선사업의 성공사례를 중앙정부와 다른 지자체에 적극 확산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와 지자체, 손해보험협회 등 관계 기관의 교통안전 사업 담당자들이 모여 각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교통안전 개선 사업의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중앙정부, 다른 지자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을 나누면서 교통사고 사망자 감축을 전국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17년 343명에서 2021년 180명으로 줄이기 위해 도시 교통체계의 중심을 차량에서 보행자로 옮기고 있다. 우선 올 6월 종로의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추면서 시작한 ‘안전속도 5030’ 사업을 4분기(10∼12월)에 4대문 안 도심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차량의 속도가 줄어든 도로에는 보행자를 위한 시설을 확대한다. 그동안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곳에는 횡단보도를 늘렸다. 지난해에만 39개 지점에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했다.

광주는 지난해 상반기 교통사고로 65명이 숨져 부산을 제외한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지만 올해는 오명을 씻었다. 올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37명으로 43%나 줄여 6대 광역시 중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는 한 명도 없었다. 광주시는 자치구, 광주시교육청, 광주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교통사고 줄이기 협업팀’을 구성해 올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벌였다. 스쿨존 과속방지시설, 미끄럼 방지 포장 등이 마련됐고,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단속도 이뤄졌다. 송권춘 광주시 교통정책과장은 “올해 단속인력과 장비를 늘렸고, 교육과 홍보를 확대했다”며 “이를 위해 교통안전 분야 예산도 늘려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앞으로도 지역교통안전개선사업을 적극 추진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2년 2000명대로 감축하겠다는 정부 국정과제 달성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지자체 관리도로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앙부처, 지자체 등과 지역교통안전개선사업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확대하도록 협조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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