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가짜뉴스는 사탄의 속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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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유혹한 뱀에 비유해 비판
‘월드 커뮤니케이션 데이’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가짜 뉴스’에 대해 “인간 내면의 자유를 박탈하는 악의 기만”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24일(현지 시간) 바티칸 뉴스 포털(www.vaticannews.va)을 통해 발표한 ‘월드 커뮤니케이션 데이’ 기념 메시지에서 교황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성경 요한복음 8장 32절의 문장을 서두에 인용하며 “인류의 새벽에 사상 최초의 가짜 뉴스로 인간을 비극적 죄악의 역사로 몰아넣었던 교활한 뱀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짜 뉴스에 속은 첫 번째 사례로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를 든 것이다.

교황은 “진리와 선을 추구하는 책임 있는 탐색의 효과적 표현 수단인 의사소통이 자만심과 이기심에 굴복한 인간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며 “성경 속 카인과 아벨 이야기, 바벨탑 이야기에서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메시지에서 교황은 1972년 교황 바오로 6세가 내놓은 ‘월드 커뮤니케이션 데이’ 메시지인 ‘진실의 봉사를 위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돌이켜 강조했다. 급변하는 통신기술과 디지털 시스템을 통한 ‘가짜 뉴스’의 확산을 목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20세기 교황청의 메시지를 되짚어 진실을 전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존엄성과 언론인의 개인적 책임감을 재발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짜 뉴스의 해악을 ‘성경 창세기에서 교활한 뱀이 썼던 전략’에 비유하며 “이 숙련된 ‘거짓말쟁이의 아버지’는 거짓된 매혹적 주장을 앞세운 유쾌하고 위험한 유혹으로 인간의 마음속에 파고들었다”고 적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위장한 사람들이 ‘뱀 전술’로 공격해올 수 있으므로 신중한 분별의 노력으로 그 가면을 벗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또 “가짜 뉴스의 효과는 실제 뉴스와의 유사성, 즉 ‘그럴싸함’에 달려 있다”고 꼬집었다. 거짓이지만 믿을 만해 보이는 가짜 뉴스가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에 호소하면서 불안, 경멸, 분노, 좌절 같은 즉각적 감정을 자극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것. 그는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조작을 통해 순식간에 거짓된 이야기가 퍼져나가게 되면 사건 당사자가 거짓을 확인한다 해도 그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교황은 가짜 뉴스가 바이러스처럼 멈출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퍼지는 근본적 원인으로 소셜미디어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는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는 동력은 소셜미디어에서의 정보 공유 열망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라며 “하나의 거짓말에서 다른 거짓말로 움직여 인간 내면의 자유를 박탈하는 악의 기만적 파워는 권력에 대한 갈증, 소유하고 즐기려는 탐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티칸은 1967년부터 ‘월드 커뮤니케이션 데이’를 기념해 왔다. 매년 성령강림절 직전 일요일로 올해는 5월 13일이다. 이날을 위한 교황의 메시지는 언론인의 수호성인인 성 프란치스코 드 살의 날인 1월 24일 공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가짜 뉴스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당시 ‘교황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뉴스가 퍼진 뒤에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가 확산돼 논란을 겪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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