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 두푼 30년간 3억… “기부는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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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아이들 ‘영웅’을 찾아]<2> 손종호 초록우산 경남 후원회장

손종호 씨는 경제적 후원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손 씨가 경기 광주시 중증장애 아동 재활시설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을 찾아 아이를 돌보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손종호 씨는 경제적 후원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손 씨가 경기 광주시 중증장애 아동 재활시설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한사랑마을’을 찾아 아이를 돌보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후원회장인 손종호 씨(66)의 고향은 경북 포항이다. 16세 때 가난을 피해 무작정 고향을 떠났다. 공장이 몰려 있는 경남 창원(당시 마산)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기술을 배웠다. 지금 어엿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손 씨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저소득 가정 아이들을 30년째 후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그런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죠.”

손 씨가 처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은 건 1988년 2월이다. 중장비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형편이 되는 대로 1000원, 2000원씩 후원했다”며 “매달 우체국에 가서 후원금을 직접 부치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회상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거래처로부터 받은 어음 수억 원어치가 부도났다. 당장 직원 급여조차 주지 못할 위기였지만 손 씨는 그때도 후원을 끊지 않았다. “기업도 어려운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겠어요. 그 생각에 도저히 후원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손 씨가 30년간 낸 후원금은 3억 원가량이다. 여기에 2007년 후원회장을 맡은 손 씨는 매년 도움이 필요한 아이 3000명을 다른 후원자와 연결해주고 있다. “제가 후원하던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겠다’는 편지를 보냈어요. 제가 해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죠.”

손 씨 가족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손 씨의 부인 최윤선 씨(62)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1억 원 후원을 약속하면서 손 씨 부부는 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함께 이름에 올렸다. 손 씨는 “자식들도 부모의 기부를 적극 응원해주고 있다”며 “최근 아들과 며느리가 손주 돌잔치 때 받은 축하금을 후원금으로 내줬다”며 뿌듯해했다.

한동안 자기 자랑으로 비칠까 기부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던 손 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기부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기부 문화의 확산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부를 하면 더 큰 행복감을 되돌려 받거든요.” 그는 독자에게도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는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거나 배움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고액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참여를 희망하는 후원자는 재단 상담센터(1588-1940, www.childfund.or.kr)로 문의하면 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동아일보#초록우산 어린이재단#손종호#초록우산#경남#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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