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세요”… 하늘까지 희망 발차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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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아이들 꿈에 날개를]<3> 태권도 대표 꿈꾸는 고교생 윤정민 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태권도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윤정민(가명) 군이 4일 오후 태권도장에서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태권도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윤정민(가명) 군이 4일 오후 태권도장에서 발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윤정민(가명·18) 군의 가정 형편은 필리핀에서 생활하던 중 어머니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윤 군과 두 여동생은 어머니의 사고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해 충격이 더 컸다. 당시 윤 군은 중학교 1학년이었다. 뺑소니범은 경찰에 붙잡혔지만 윤 군 가족은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없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윤 군은 집에도, 학교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만뒀던 태권도를 다시 시작하자 윤 군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윤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태권도를 진로로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윤 군은 “태권도가 내 삶에서 없어진다고 상상해봤는데 너무 서운했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함께 관중 앞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여주는 일이 즐거웠다.

문제는 돈이었다. 아버지는 직장 때문에 집을 떠나 있어 윤 군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 두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70대 중후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연로해 일하기가 어렵고, 고모도 몸이 아파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아버지 홀로 번 돈으로 일곱 식구가 생활하다 보니 생활은 빠듯하다. 윤 군은 태권도를 계속 배우기 위해 주중엔 학교와 태권도장을 오갔고 주말엔 최소 8시간, 최대 13시간 동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를 마련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태권도에 좀 더 집중하지 못하는 처지가 야속했다.

윤 군은 지난해 8월부터 희망플랜의 도움을 받게 됐다. 주민센터에 방문했던 윤 군의 할머니가 희망플랜 정보를 듣고 신청한 덕이다. 희망플랜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빈곤 상황에 놓인 아동, 청소년 및 가구를 찾아내 돕는 사업이다.

윤 군은 태권도 교육비와 외식비 등을 지원받았다. 한 달에 30만 원이었던 학원비가 대학 입시를 앞두면서 50만 원으로 올랐지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됐다. 윤 군은 지난달 18일 경민대 총장배 전국태권도대회에서 높이뛰어차기 부문 1등을 했다. 윤 군의 두 여동생도 희망플랜과 연계된 외부 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받았다.

윤 군은 태권도 선수로서 서울시 대표나 국가대표가 돼 국위를 선양하고, 태권도 공연을 펼쳐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윤 군은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힘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고 상담도 해주는 희망플랜을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플랜 사업 신청 문의는 희망플랜센터(02-2138-5183)와 홈페이지(visionplan.or.kr)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태권도#윤정민#저소득층#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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