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날飛] 태풍도 ‘길’이 있다? 쁘라삐룬이 느리게 이동하는 원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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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번째 태풍인 ‘비의 신’ 쁘라삐룬. 4일 새벽 대한해협을 통과하며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남 지방은 4일 오전까지는 쁘라삐룬의 영향권에 직간접적으로 놓일 전망이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워낙 느리다보니 대한해협을 통과해도 태풍이 ‘빠져나간다’는 말을 붙이기가 무색한 상황이다.

2018년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이동 예상도. 자료 : 미국 해양대기청(NOAA)
2018년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이동 예상도. 자료 : 미국 해양대기청(NOAA)


북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발생한 태풍은 처음에는 북서쪽으로 이동하다가 북위 30도 선을 경계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포물선을 그리면서 이동한다.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 태풍의 이동 속도는 크게 빨라진다. 한 시간에 느려도 약 30km 이상, 빠르면 50~60km씩 이동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쁘라삐룬은 북위 30도선을 지나서도 이동 속도가 시속 20km 정도에 불과했다.

7월 3일 오후 4시 현재 태풍의 예상 정보.자료 : 기상청
7월 3일 오후 4시 현재 태풍의 예상 정보.
자료 : 기상청


쁘라삐룬이 느리게 이동하는 주요 원인은 태풍이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쁘라삐룬의 중심기압은 한반도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4일 새벽 3시 기준 990헥토파스칼로 예상된다. 최대풍속은 초속 24m. 태풍의 강도 분류로 보면 ‘약한 태풍’에 해당한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20도 안팎으로 아직 차가운 점도 태풍 위력을 약하게 만들었다. 태풍은 해수면온도가 26도보다 높을 때 만들어지고 강해진다.

동아시아 주변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25도 미만으로 태풍 쁘라삐룬은 북상하면서 점차 세력이 약해진다. 자료 : NOAA
동아시아 주변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25도 미만으로 태풍 쁘라삐룬은 북상하면서 점차 세력이 약해진다. 자료 : NOAA


2012년 서해안을 따라 북상했던 태풍 ‘볼라벤’의 중심기압은 960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초속 40m에 달했다. ‘열대성 저기압’이 힘을 키워 만들어지는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그 위력이 세다.

2012년 8월 한반도를 덮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높은 파도가 치는 제주 바다. 동아일보 DB
2012년 8월 한반도를 덮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높은 파도가 치는 제주 바다. 동아일보 DB



태풍도 이동하는 ‘길’이 있다. 여름철 일기예보를 보면 캐스터들이 자주 하는 말이 “오늘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대체로 맑겠습니다”라는 멘트다. 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바로 태풍이 이동하는 길이다. 기상학에서는 5500m 상공의 특정 등압선(5880gpm)을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로 본다.

2일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와 태풍의 진로. 태풍은 일반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다라 이동한다. 자료 : 기상청
2일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와 태풍의 진로. 태풍은 일반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다라 이동한다. 자료 : 기상청


태풍의 이런 경로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아직 ‘본격적 여름’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습하고 더운 우리나라 여름 날씨는 바다에서 발달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태풍이 우리나라의 동남쪽으로 지나갔다는 의미는 아직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가 우리나라까지 다가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태풍의 오른쪽 반원에 들어간 일본은 이미 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었다. 이제 진짜 여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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