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과목 선택하고 수업 주도… 생각하는 힘 자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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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수 인천신현고 3학년
이연수 인천신현고 3학년
우리 학교에서 ‘배움’이란 단지 교사의 지식이 학생에게 이전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 ‘공부’도 책상 앞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며 ‘수업’ 역시 선생님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학교에서 배움, 공부, 수업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다.

수업 시간이 되면 우리는 각자의 교실을 찾아 흩어진다. 개인마다 선택한 과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에 평균 50개의 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우리 학교에는 모두 80여 개 과목이 개설됐다.

배워야 할 과목을 학교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무슨 과목을 배울지 고민한다. 내가 선택한 과목 중에는 ‘생활과 창의성’이 있었다. 이는 창업과 관련된 과목으로 나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기로 했다. 수업을 통해 학교에서 직접 만든 전통장을 판매하기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창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학생의 선택은 존중되고 있다. 학교는 몇 안 되는 학생이 선택한 과목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법과 정치 과제연구’는 나를 포함한 11명만 선택했지만 정식 과목으로 개설됐다. 우리는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청소년 정당 인식’을 과제연구로 수행하는 등 깊이 있는 탐구를 할 수 있었다. 수업은 ‘학생참여형’으로 이뤄진다. 수업 시간은 선생님과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으로 항상 활기차다. 프로젝트, 발표, 토론뿐만 아니라 연극, 다양한 매체 제작 등이 쉴 새 없이 진행된다.

학생 주도 활동은 수업시간 외에도 이뤄진다. 다양한 동아리가 점심시간을 활용해 부스를 운영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다른 친구와 나눈다. 점심식사 후 동아리 부스에서 체험활동을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일상이 됐다. 내가 속한 시사토론 동아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교실에서 부스를 운영한다. 그 주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를 소개하고, 참여한 친구와 의견을 주고받는다. 목요일만 되면 부스 운영 때문에 식사를 급하게 해야 할 정도로 바쁘지만 우리가 구상한 활동을 우리 힘으로 해낸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국제 교류 역시 우리 학교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우리 학교는 중국의 톈진 제3중학교, 일본의 와카바고, 미국 하와이주립대와 상호 방문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나도 하와이주립대를 방문해 열흘 동안 캠퍼스와 인근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듣고 현지 문화를 체험했다. 또 사전에 준비했던 ‘이슬람 공포증(Islam phobia)’에 대한 연구를 현지 대학생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고, 교수님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기도 했다.

얼마나 많이 아는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현대사회에서는 지식을 채워주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고능력, 자발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학생에게 다양하고 자율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우리 학교의 교육은 다른 학교도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연수 인천신현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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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수업#공부#학생 주도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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